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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May 02. 2024

혼점을 했다

오늘 혼점을 했다. 혼자 점심 먹는 게 편해서 종종 이러는데, 오늘은 계획이 약간 바뀌었다. 원래는 자리에서 김밥을 먹으려고 했다. 오전에 미팅 갔다가 돌아오면서 김밥을 한 줄 샀다. 12시 땡치고 사람들 우르르 나가면 빈 사무실에서 편하게 혼자 김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따로 한 번 쓰겠지만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다는 <더 글로리>의 명대사를 깊이 공감하게 만든, 나에게 증오 이상의 감정을 품게 만든 개저씨들이 점심을 시켜먹는다는 게 아닌가. 회의실에서 껄껄 개저씨 토크 하면서 밥 먹는 모습을 떠올리니 공간이 분리돼 있다 하더라도 같은 사무실 안에서 밥을 먹기가 싫었다.


그래, 나는 그들을 싫어한다! 너무너무 싫어해!  왜 싫어하는지는 퇴근을 앞둔 지금 쓰기 시작하면 이 자리에서 밤 새야 한다. 여튼 점심시간이라도 그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게 너무 싫어서 밖으로 나왔다.


김밥 쉬면 어쩌지? 쉬면 어때. 회사 근처에서 혼자 자주 가는 백반집 가격이 천 원 올랐다. 그래도 이 동네에선 엄청 싼 편이다. 오늘 메인은 콩나물국. 반찬 하나하나 슴슴하면서도 맛있어서 김밥으로 때우지 않길 잘했다 싶었다.


혼자 일하니 점심 챙기는 것도 일이다. 사람들이 챙겨줘야 한다고 부담을 느끼는 것도 같아서 약속을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뭐, 혼자 밥 먹는 건 아무렇지 않지. 오히려 편하지. 누누이 말하지만 일이 없는 게 문제지. 억지로 만들어서 하는 일 말고, 자연스레 주어지는 일이 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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