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정 넘어 귀가한 남편이 얼른 씻고 자도 모자랄 판에 욕조에 물 받는 거 같아 씩씩. 욕실 문 밖에서 물 받는 거 맞나 아닌가 소리 엿듣는 나 자신이 정상은 아닌 거 같았지만. 잠깐 열린 문 사이로 아이코스 냄새가 훅 났다. 설마, 설마, 안에서 아이코스 피운 거야??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왜냐면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인데 잠을 못 잘 거 같아서. 걱정도 되고 화도 나고. 모든 걸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는 남편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늦은 귀가와 (본인은 부정하는) 술버릇이 너무 싫다. 그게 내 루틴을 깨버린다.
술에 취한 남편은 나보다 더 씩씩거리며 손님방에 누운 나를 찾으러 왔다. “너 그러는 거 아니야” 취한 사람이랑 무슨 말을 하니. 그 와중에 내가 부르르 떨며 한 말. 나 내일 5시 반에 일어나야 돼!
나는 매일 5시 반에 일어나서 6시 반 전에 집을 나선다. 그래야 8시 출근을 맞출 수 있다. 할 일이 없어도 근태는 칼같이 지켜야 하는 게 회사생활이다. 7시 40분 전에 회사에 도착하면 그렇게 맘이 편할 수 없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있는 그 기분이 너무 좋다. 출근! 출근 시간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해.
5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는 내 말에 남편이 어이없다는 듯 구시렁대며 잠을 청하러 갔다. 나 매일 5시 반에 일어나야 해. 그거라도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