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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Dec 19. 2019

대환장파티였던 주말 스타필드

네이버에서 스타필드를 검색하니 '쇼핑 복합시설'이라고 나온다. 장보기를 포함한 쇼핑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 아이가 있는 부부에겐 안성맞춤이다. 장도 보고, 밥도 먹고, 아이쇼핑도 하며 아이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아이가 심심해하지 않는 곳! 주말에 뭐 하지? 란 고민을 해결해주는 곳!


바로 그곳, 스타필드에 갔다가 주말에 된통 당하고 온 얘기다. 쇼핑 복합시설은 주말에 가는 게 아니다. 주말은 근교로 여행을 가거나, 여행 갈 체력과 비용이 여의치 않으면 집에 딱 붙어 있는 게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환장파티였던 주말 스타필드, 헬헬헬 3요소를 적어본다.


1. 주차 헬


주차가  헬이다. 차 세울 공간은 한정적인데 차가 계속해서 들어오니 주차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지하 주차장을 다 돈 뒤 지상 주차장으로 갔는데 거기도 자리가 없어서 진땀을 뺐다.


주차가 힘들면 운전하는 남편 눈치를 보게 된다. 나도 뒤에서 애 보느라 힘들지만 차 안에선 운전대 잡은 남편이 갑이다. 매너 없는 차가 뒤에서 빵빵거리면 백미러로 보이는 남편 미간에 주름이 빡 잡힌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남편 표정 살피기 좋은 백미러


2. 마트 헬


마트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카트와 유모차와 수많은 인파가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본 중국 춘절 다큐가 떠올랐다.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기차 안에서 슬라임처럼 엉겨 붙어 고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고함과 욕설은 기본이고 부상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주말 마트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_ㅠ

이건 좀 극단적인 비유지만 일요일 오후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광경은 처참했다. 사람이 먹고살자고 이런 환경에서 장을 봐야 하는 것인가?  집에서 쓱 배송시키면 얼마나 쾌적한데! 쿠팡맨은 새벽 6시에 배달도 해주는데!


3. 매너 헬


"같이 아이 키우는 처지에"라는 말을 요즘 많이 쓴다. 육아를 하며 타인에게 피해 주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나는 정말 그러지 말자 & 하지만 이해하자 라고 매일매일 다짐한다. 애 보는 것만큼 힘든 게 없고 그래서 "내가 제일 힘들어!"라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통로가 아닌 곳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었는데 내 등을 손으로 팡팡 치며 "비켜요!"를 외친 아줌마, 꼭 그러셔야 했나요? 엘리베이터 앞에 줄 서 있는데 옆에서 카트 밀고 전속력으로 전진하며 "저기요! 엘베 좀 잡아주세요!" 했던 아줌마,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한 장면 보는 줄 알았어요... 엘베 세 번 보내고 마침내 타려고 하는데 유모차 머리부터 들이밀던 아줌마, 저기요?? 저희 뒤에 서 계셨잖아요. 저희도 급해요?


헬헬헬 삼박자는 그렇다 치고, 주말에 쇼핑 복합시설에서 마주친 부모들은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지쳤고, 아이의 에너지를 감당 못해 절인 배추처럼 숨이 죽어버렸다. 지치니까 예민해져서 남편과도 투닥거렸다.


주말에 사람 많은 쇼핑복합시설은 가지 말자, 우리 부부의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이다.


경험을 통해 얻은 귀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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