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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Mar 31. 2020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날이 지속되고 있다. 3일만 한다던 재택근무는 대망의 5주 차를 맞이했고 요즘의 나는 제2의 육아휴직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과 아침밥 먹고 애기 깨면 밥 주고 티비 끄고 음악 들려주다가 찡찡 대면 좀 안아줬다가 재택근무니까 pc 앞엔 앉아있어야지 싶어 슬랙 켜고 있다가 애기 울면 다시 달래줬다가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재우고 2시간 정도는 일을 한다.


회사에선 참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었구나. 사실 두세 시간이면 다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 늘려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선 브런치에 글도 쓰고 네이버 상품평도 달고 그럴 수 있는 거겠지. 집에만 있으니 브런치에 글 쓰는 건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더 바쁘고 정신이 없다. 


아이는 한 달 동안 부쩍 컸고, 엄마 껌딱지가 됐다. 한 달을 꼬박 붙어 있으며 돈독해진 우리 사이가 좋기도 하지만 차려 입고 출퇴근을 해야만 육아에서 좀 벗어날 수 있는데 하루 24시간을 '애엄마'로만 살다 보니 뭔가 숨 쉴 구멍이 없다. 


출퇴근할 땐 또 출퇴근이 힘들다고 징징댔었지. 지금의 상황이 어찌 보면 나와 아이, 우리 가족에겐 가장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일지도 모른다(그래도 코로나는 싫다 망할 것... 언제 없어지냐).


삶이 뒤흔들릴 정도로 큰 일이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대미문의 사태에 요즘도 어안이 벙벙하고 나중엔 이 일을 추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엔 아카데미 시상식 짤을 보다가 "저 땐 코로나가 없었구나"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저때만 해도 코로나가 없었구나. 불과 한 달 반? 전인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전혀 몰랐었지. 


얼른 이 역병이 사라지기를. 넷플릭스에 의존하고 당근마켓만 분주히 들락거리며 소소한 재미를 찾는 요즘의 일상. 출근을 못하니 회사가 그리워지고 나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일까? 내가 없어도 회사는 괜찮을 텐데. 이렇게 계속 재택근무하게 되면 언젠간 나의 설 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오랜만의 출근을 기념하며 남기는 글이 밥그릇 걱정으로 끝나다니 급 우울해지는구먼. 오늘은 오랜만에 맛난 점심을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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