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탐구와 진로상담
인간의 삶은 크고 작은 다양한 경험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특히 한 개인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과정은 경험의 역동성과 경험상황의 복잡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환경의 맥락성과 개인 고유의 개별성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게 되며 새로운 의미와 목적을 가진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지속적인 변화를 수반하며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맥락 내에서 존재하고 상호작용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게 된다. 하나의 경험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험들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이전 경험과 현재의 경험은 이후 또 다른 경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내러티브 탐구는 인간의 경험을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한 것으로 그 철학적 바탕은 듀이의 경험이론에 두고 있다. Dewey(1916)는 ‘인간의 삶, 교육, 그리고 경험이 불가피하게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은 곧 인간의 경험을 연구하는 것이며 삶을 연구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Connelly와 Clandinin(1988)은 경험을 연구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내러티브 탐구를 제안하였다. 사람들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이 경험 속에서 성찰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가정하며 내러티브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전제한다(Clandnin & Connelly, 2000). 내러티브 탐구는 인간이 경험한 이야기에서 비롯되기에 묘사된 이야기를 통해 연구자들에게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연구할 수 있는 풍부한 틀을 제공한다.
Dewey(1961)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내러티브는 인간 의식에 이르는 수단을 제공하고, 따라서 학습이 일어나는 넓은 범주의 환경에서 인간 본질의 복잡성에 접근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다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것은 말하고자 할 때 이야기에 의해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로 살아진 경험에 대한 각자의 해석(Maclntyre, 1981)에 비추어 매일 매일의 삶을 만들어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Kerby, 1991).
내러티브의 개념은 개인적 사회적 이야기들의 구성(Jonassen, 1997)과 재구성이라는 관점으로 정교화 될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해석학적 작업으로 우리가 어떠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대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될 수 있으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탐색하는 사고과정을 담고 있다. 더욱이 내러티브 탐구에서는 이러한 구성이 일어나는 사회적인 맥락이나 문화를 개인의 삶의 경험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이야기가 등장인물, 관계와 여러 상황의 복잡성을 드러내듯이, 복잡한 문제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연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통합해서 일반화 할 수 없음을 전제한다.
이러한 내러티브 탐구의 방법론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되어 연구되고 있다. 사회학이나 교육학, 사회복지학이나 심리학 그리고 담론을 다루는 철학과 문학 예술과 언어학 영역에서 내러티브 탐구는 인간의 경험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Clandinin과 Rosiek(2007)은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이야기된 삶이 이끄는 인간의 경험에 대한 탐구라고 하였기에 양화 되기 어려운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일반화시킬 수 없는 개별인간의 경험을 연구하게 유효한 방법론이다.
내러티브 탐구를 수행함에 있어 기본적인 과정이자 전제는 연구자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구성하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살아내고(living), 말하고(telling), 다시 말하고(retelling), 다시 살아내는(reliving), 과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내러티브 탐구이기 때문이다(Clandinin, 2007). 삶을 ‘살아내고(living), 이야기하고(telling), 다시 이야기하고(retelling), 다시 삶을 살아 내는(reliving)’이라는 용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내러티브 탐구는 하나의 연구방법론이자 연구의 현상이라는 것(Clandinin, 2007)은 연구자와 참여자가 이야기를 말하고 말해진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에 동참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데 관련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내러티브에 협력하여 참여자와 함께 이야기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와 참여자는상호작용하며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시 이야기(retelling)하며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에 의해 재해석된다. 이 과정은 마치 처음과 끝이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것과 유사하다.
처음과 끝도 없고 내러티브 탐구속에서 존재하는 관계망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러티브 탐구의 과정은 마치 진로구성주의 이론에서 상담자가 개인의 진로이야기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의 주제를 새로운 주제들로 재구성하는데 조력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삶의 주제와 진로 주제들이 개인의 정체성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의 장면 속에서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진로 구성주의 이론에서도 우리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작가이자 그 이야기의 플롯을 형성하는 주체이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전개할 주인공인 동시에 자신의 진로 문제를 떠안고 있는 문제자? 이기에 해결자이자 문제자인 상황에서 자신과의 거리를 두며 현재 무엇을 구성해 나가는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관여하게 된다. 마치 작가 자신이 1인칭 시점과 3인칭 전지적 시점을 오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다시 이야기 하며 다시 살아나갈 수 있게 협력한다. 상담의 이 과정은 마치 내러티브 탐구에서 연구자와 참여자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관계성을 떠오르게 한다.
내러티브 탐구의 방법론과 구성주의 진로상담의 방법론은 조셉캠밸과 같은 신화학자들이 이야기에 주목하고 개인의 삶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함축적 언어도와 유사하다.
내러티브 탐구의 수행은 그래서 어렵고 구성주의 진로상담 또한 매우 어렵다.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성을 구현해 나간다. 이것은 완성된 하나의 구체적 실체라기보다는 되어가는 과정에 놓여있는 변화체이다.
변화체에 나도 변화고 상담자의 개입도 존재하며 상담자 자신도 변화한다.
결국 매우 복잡한 세계가 얽히고 설켜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구성하게 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굉장히 복잡한 글이 되어 버렸다.
정리해 보자면 내러티브 탐구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론이자 연구의 현상이다. 더불어 진로구성이론에서도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내러티브 탐구에서 수행하는 탐구의 가정은 구성주의 진로상담에서 내담자의 진로이야기를 듣는 과정과 놀랄 만큼 닮아 있기에 내러티브 탐구자는 또한 구성주의 진로상담자는 이 과정의 상호작용과 자신의 역할을 이해해야한다. 물론 관계적 윤리성을 견지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연구든 진로상담이든 한 두번의 형식적인 만남이나 일방향의 해석적 (진단적) 상담으로는 수행될 수 없다.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적 맥락에서 개인 진로 상담을 수행할 때에는 개인과 개인으로서의 서로의 존재론적 관계성을 이해하고 개인의 이야기에 담긴 맥락과 정서 그리고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오랜 시간 진로상담자로서 일하며 느껴온 소회를 밝히자면
그래서 진로상담이 무척 어렵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며 상담자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 점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란 것은 이 일을 하는 사람의 고통이자 희열이라고 할까?
#내러티브탐구
#진로상담
#이야기
#진로구성주의
* 본 글을 저자의 학위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읽기쉽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