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ost it

우리에게 가까운 박물관을 찾아서

[2권][샤오화]

by E 앙데팡당

1월3일부터 1월10일까지 대만에 답사를 다녀왔다. 타이베이, 타이난, 가오슝 세 도시를 답사했고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갈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국립고궁박물원은 나에게 깊은 인상이 남았다. 국립고궁박물원은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하고 장제스가 타이완으로 퇴각하며 대륙에서 수많은 보물들을 가져와 전시해 놓은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 지난해 여름 타이베이에 여행을 갔을 때도 국립고궁박물원에 갔었다. 그때나 이번이나 전시가 많이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한 특별전시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앙데팡당 대담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화이트큐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현대미술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많다. 나는 그때마다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장 비판적이었던 것은 현대미술에서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과 함축적인 제목이었다. 작품자체도 어려운데 제목에서도 작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려주지 않아 현대미술 전시를 볼 때마다 생각을 멈춰버리곤 했다. 또한 대부분의 현대미술이 비판받는 것들 중 하나는 물건 하나 갖다놓거나 선 하나 그어놓고 작품이라고 하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미술과 미술사학에 나름대로 관심이 있는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


여러 대담과 토의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에 대한 해결로 타이베이의 국립고궁박물원 특별전시에서 하나의 방법을 보게 되었다.


KakaoTalk_20200215_145121793_02.jpg 이 사진은 김세진님께 받았습니다.
KakaoTalk_20200215_145121793_01.jpg 이 사진은 김세진님께 받았습니다.
KakaoTalk_20200215_131821724.jpg

사진으로 볼 수 있듯이 작품과 유물들 위에 질문이 적혀 있다. 이 질문은 단순한 아무 질문이 아니라 작품과 관련된 질문들과 한줄 정도의 짧은 문장이 있다. 작품을 잘 몰라도 질문을 읽고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며 생각하면 어느정도 작품에 대한 가닥이 잡히는 것이 새로웠다. 유물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유물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어려워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질문을 던져주면 그냥 넘어가기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물에 대한 가닥이 조금은 잡히게 된다.


작품과 관련하여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 아주 작은 일 같지만 생각보다 감상자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질문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의 함축미(美)를 없애버리지 않으면서 백지상태의 감상자에게는 생각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어려운 존재로 느끼고 있다. 질문 하나를 던져줌으로써 감상자들에게 생각해보는 재미를 주는 것은 어떨까. 머리에 쏙쏙 박히는 정보들도 좋고 내가 처음부터 채워나가야 하는 無정보도 좋지만, 다량의 정보도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도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 줄의 질문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깝게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언어’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