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ost it

자연과 여성으로 '프리다 칼로'를 이해하다

[1권][샤오화]

by E 앙데팡당

왜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은 다 남성일까? 프리다 칼로는 내가 이름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된 첫 여성작가이다. 그동안 수많은 전시회를 보고 작품을 보고 미술사를 배우면서 여성작가에 대해서 보고 들은 적이 없었다.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왜 여성작가가 없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했다. 최근 들어 미술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미술전공 친구를 사귀며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예중, 예고, 미대를 나온 친구이다. 예중, 예고 시절 한 반에 38명이 있다고 하면 3~4명만 남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중에 작가가 되고 주목을 받는 것은 남성뿐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서 프리다 칼로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에 더욱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것은 대학 강의를 들으면서였다. 강의 중 하루 프리다 칼로에 대한 영화인 <프리다>를 보았다. 사실 그 영화를 볼 때까지만 해도 그저 따분한 영화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보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보고 내가 가진 생각은 ‘그녀의 인생이 너무 기구하다. 저런 남자를 왜 사랑하지? 왜 저 남자 때문에 그녀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고통받아야하지? 왜 저런 남자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그녀의 인생의 일면만 본 채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비판하였다.

프리다 칼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그녀의 인생, 작품세계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 17세에 발생했던 버스 사고와 그로 인해 계속된 수술과 통증, 낙태, 그리고 디에고 리베라라는 위대한 예술가이자 여성 편력가 남편의 존재는 프리다의 삶을 고통과 상처로 얼룩지게 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낙천적이고 발랄했던 칼로는 이러한 자신의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하였으며, 이는 실제와 상상, 여성과 남성, 신화와 현실, 멕시코와 서구, 인간과 자연이 혼합된 칼로의 독창적인 상징 언어가 탄생되는 뿌리가 된다.1) 그 중에서도 자연과 여성에 관한 작품들이 눈에 띄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았다. 그림을 보고 우리나라의 신화가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의 구전산문신화를 살펴 볼 때 설문대할망, 마고할미 등 여성이 세상을 창조하고 세상을 만들었다. 분명 초기의 창세자, 조물주의 이미지는 여성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창세, 조물주의 이미지를 남성에게 빼앗겼다. 프리다 칼로 또한 멕시코신화를 이용해 작품을 그렸다는 점에서 자연과 여성의 연계를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프리다 칼로의 <유모와 나>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1. 프리다 칼로, <유모와 나>, 1937년
<유모와 나>(Mi nana y yo)(1937)는 대지를 여성성으로 인식하고 있는 프리다 칼로의 의식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 그림은 서양 사람들에게는 즉각적으로 성모가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제단에 바쳐지는 희생물이나 순교적 이미지를 준다.2)

나는 이 그림을 보고 아이를 안고있는 여성의 한 쪽 가슴이 땅 속의 이미지와 유사한 것을 보고 조물주로서의 여성, 창세자로서의 여성, 대지로서의 여성을 떠올렸다. 탄생, 창세, 생산의 이미지는 땅에서 싹이 트고, 자라는 이미지이다. 탄생에 대한 원초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생각된다. 성모가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를 떠올리게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탄생, 창세의 이미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2. 프리다 칼로,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1949
프리다는 대지의 여신이 인간을 포근히 감싸주는 것(Kahlo 1955, 5)처럼 자신에게 계속적으로 행해진 남성적 폭력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디에고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프리다 칼로는 에코페미니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대지를 여성성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기존의 남성성에 부여되었던 우월성과 여성성에 부여되었던 열등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의 성과 포성을 강조한다.3)


디에고를 프리다가 감싸고 있고 그 프리다를 또 다른 여성이 감싸고 그 여성을 또 다른 여성이 감싸고 있다. 거기서 여성의 창조성, 포용성이 느껴진다. 프리다를 감싸고 있는 여성의 가슴에 대지를 표현함으로써 조물주로서의 여성, 창세자로서의 여성, 대지로서의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 뒤에 프리다를 감싼 여성을 감싸고 있는 여성의 반은 밤과 달, 반은 낮과 해로 표현한 것이 더욱 강렬하게 창조성을 가진 이미지를 가져다 준다.

꼭 이러한 자연과 여성을 연계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프리다 칼로는 여성의 신체, 누드, 출산 등에 관한 작품들을 그리며 기존의 예술에서 여성을 바라보던 관점, 여성 일상에서 중요한 일들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녀가 재조명받고 그녀의 작품이 재조명받으며 예술 속의 여성에 대한 재고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리다 칼로에 이어 더 많은 여성 작가들, 여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작가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공부할 것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관점을 정립하려고 하는 요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작가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주>

1) 장서윤 (2016), 「나는 나의 현실을 그린다 :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전」, 『미술세계』 45, p.69.

2) 윤영순(2006), 「프리다 칼로 현상과 페미니즘 미술」, 『라틴아메리카연구』 19(3), p.217.

3) 윤영순(2006), 「프리다 칼로 현상과 페미니즘 미술」, 『라틴아메리카연구』 19(3), p.218.



<참고문헌>

윤영순(2006), 「프리다 칼로 현상과 페미니즘 미술」, 『라틴아메리카연구』 19(3)

장서윤 (2016), 「나는 나의 현실을 그린다 :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전」, 『미술세계』 45

<도판>

1. 프리다 칼로, <유모와 나>, 1937, 30.5x35cm, 금속판에 유채

2. 프리다 칼로,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1949, 70×60.5㎝,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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