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는 1860년대 파리에서 발생한 미술 운동이다. 인상주의의 표현 방식은 형상에 기초한 전통적인 소묘 방식에서 벗어나 색채를 통해 직접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서양 회화 전통에서 형태를 중시하는 것은 이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기에 색채를 강조하는 인상주의는 감성 혹은 감각과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졌다.1) 나는 평소에 인상주의 작품을 좋아한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이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이다. 사실 반 고흐, 마네, 모네 말고는 다른 화가들도 잘 몰랐기 때문에 이참에 공부도 해볼 겸 인상주의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이것저것 찾아 보고 읽기 시작했다. 그 중 인터넷에서 인상주의에 관한 글들을 읽다가 베르트 모리조라는 프랑스 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베르트 모리조의 자화상과 마네가 그린 베르트 모리조 그림을 보게 되었고 이 두 작품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먼저 베르트 모리조가 활동했던 시기에 여성화가를 바라보던 시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시기 미술계에는 전통적인 아카데미즘과 결별한 인상주의 화풍이 자리 잡아 이 시기를 근대 미술의 기점으로 보기도 한다.2) 인상주의 화가들이 활동한 당시의 시대상황을 살펴보면 사회구조 속에서 계급과 젠더의 차이에 의해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이 달랐고, 이들의 경험에도 차이가 있었다. 인상주의는 특이하게도 여성 작가들도 남성들과 동등하게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 작가들의 삶의 공간은 남성 작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제약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작가들은 인상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3) 하지만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명확한 분리가 일어나고 ‘가정’을 중시한 부르주아 사회에서 여성이 화가와 같은 직업을 갖는 일은 여전히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때로는 비난 받기도 했다.4)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시대구분법으로 봤을 때 근대까지 여성들은 직업을 갖는 것, 사회에 나가, 공적영역에 나아가 활동을 하는 것을 환영받지 못했다. 이러한 시대의 상황이 여성작가의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1. 에두아르 마네,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 1872년 / 2. 베르트 모리조, <자화상>, 1885년
왼쪽 작품은 마네가 그린 베르트 모리조이다. 검은색 옷과 검은색 모자와 모자에 달린 제비꽃 장식, 다소 ‘여성적’이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느낌, 또렷한 인상을 가진 베르트 모리조가 보인다. 오른쪽 작품은 베르트 모리조가 그린 자화상이다. 황색의 옷, 장신구가 거의 없는 모습, 건강하고 굳세 보이는 느낌, 흐린 인상을 가진 베르트 모리조가 보인다. 이 두 작품은 시기상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같은 인물을 그렸다고 하기에는 표현하고 있는 것이나 느낌이 너무 다르다.
우선 나는 또렷함과 흐림의 차이에 대해 말하고 싶다. 단순히 두 사람의 화풍이 다른 것일 수도 있지만 모리조의 모든 인물화가 저렇게 흐릿하지는 않다. <Femme a L’Eventail>만 봐도 그렇다. 자화상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그녀의 모습은 불분명한 표정과 흐릿한 윤곽선으로 인해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와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쉽게 수정 가능한 파스텔을 통 해 작품을 스케치하듯 그렸고, 지우고, 뭉개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이 자화상은 당시 여성 예술가 들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것이자 자신의 정체성의 혼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5)
모리조는 근대까지의 시기에 이름을 알린 몇 없는 여성화가이다. 살아생전에 어느정도 화가로서의 입지를 쌓았음에도 스스로를 불확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당시의 시대가 여성화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야박했다. 이러한 시선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을 사적영역에 가두려는 힘은 동서양 막론, 시대 막론이라는 점이 다시한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
<각주>
1 )주하영(2017), 「인상주의 시기의 여성 작가와 그들이 표상한 공간」, 『유럽문화예술학회논집』 8:2, p.19.
2) 백지홍(2014), 「[Essay] 여성 인상주의 작가 마네의 제비꽃 여인 : 베르트 모리조」, 『미술세계』, p.152.
3) 주하영(2017), 「인상주의 시기의 여성 작가와 그들이 표상한 공간」, 『유럽문화예술학회논집』 8:2, p.19.
4) 백지홍(2014), 「[Essay] 여성 인상주의 작가 마네의 제비꽃 여인 : 베르트 모리조」, 『미술세계』, p.152.
5) 주하영(2017), 「인상주의 시기의 여성 작가와 그들이 표상한 공간」, 『유럽문화예술학회논집』 8:2, p.27.
<참고문헌>
백지홍(2014), 『[Essay] 여성 인상주의 작가 마네의 제비꽃 여인 : 베르트 모리조』, 미술세계
주하영(2017), 「인상주의 시기의 여성 작가와 그들이 표상한 공간」, 『유럽문화예술학회논집』 8:2
<도판>
에두아르 마네,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 1872년, 캔버스에 유채, 56 × 38 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베르트 모리조, <자화상>, 1885년, 캔버스에 유채, 61 x 50 cm, 마르모탕 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