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미술사에서 인상주의 미술사조의 대표적인 화가인 클로드 모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모네와 관련해서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정보나 관람후기 등은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서양 미술사조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비슷한 정보들을 반복적으로 찾을 수 있다. 나 또한 이렇게 찾아가며 공부를 해왔다. 모네는 인상주의 화가로 빛에 따라 사물을 다른 색으로 표현한 빛의 마술사 라는 정도로 기억되어 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처음으로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고, 오랑주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모네 <수련> 연작을 조용히 느껴 보았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네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모네 <수련> 연작을 실물로 본 경험은 인상주의에 전반에 대해 다른 감각을 갖게 했다. 일차적으로 작품의 크기에 압도되고, 타원으로 휘어진 벽은 광각카메라의 굴절 또는 VR과 같은 입체감을 갖게 했고, 조명 또한 자연광과 비슷한 효과를 조성하여 작품 크기와 더불어 야외에 앉아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내가 미술관을 방문한 시기에는 미술관 정비 기간이라 <수련> 연작을 제외하고 전시된 작품이 없었고, 평일 저녁에 방문하여 관람객이 매우 적었던 것을 밝힌다. 관람객이 많았다면 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다.) 둥글고 넓은 공간에 상하좌우 각각 한 개씩 작품을 배치하고 가운데에 긴 의자가 놓여있다. 관람객은 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또는 작품 가까이에 가서 나를 둘러싼 360도의 공간을 즐기면 된다. 어쩌면 오랑주리 미술관은 거의 모네의 <수련> 연작을 전시하기 위한 곳이기 때문에 본 작품들이 어떻게 관람 되기를 원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공간이 특별했던 것은 방이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둥근 타원형 모양이라는 점이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과거에 오렌지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로 쓰였던 건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은 아니다.처음부터 의도한 공간 형태는 아니었을테지만 휘어진 벽에 걸린 휘어진 작품들이 관람객으로 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인상파 화가인 모네 답게 나는 모네가 어떤 색을 표현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모네가 빛에 따라 사물을 다르게 포착했던 것은 모네 스스로 사물 고유의 색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그가 완성한 그림은이제는 나에게 사물에 불과하다. 하나의 대상이 된 이상 이제 이 그림에 나타난 고유의 색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빛에 따라 그림의 색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품 관람 도중 불이 잠깐 꺼진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 나는 이 공간의 조명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불이 다시 켜진 후에 천장을 올려다보니 마치 넓게 뚫려 있는 천장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듯했다. 실제로 위에서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기는 하지만 거기에 인공조명을 추가하였는데, 두 가지 다른 빛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다. 아마도 해가 수직에 떠 있을 낮에 방문했다면 그림은 또 다르게 감상되었을지도 모른다. 흐리고 맑은 정도에 따라서도 다른 경험을 하게 했을 것이다.
당연히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는다. 작품 앞에서 인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 작품만 찍는 사람들, 작품 전체를 찍는 사람들, 작품의 부분을 찍는 사람들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 사진에 담긴 작품이 모두 동일한 색을 가지고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조명, 카메라의 특징, 각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같은 그림을 찍은 사진들에 나타난 색은 다 다를 것이다. 나 또한 사진을 찍다가 원본과 최대하게 비슷한 색감을 찾으려고 화이트밸런스를 맞추던 중, 화이트밸런스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여지는 이 그림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빛의 양과 파장에 따라 달라지는 이 색감들이 곧 모네의 눈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화이트밸런스를 다르게 하여 사진을 찍어보니 끝내 나는 원본의 색감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모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