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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Mar 07. 2020

과거와 현재, 달리 존재하는 장소들

[2호][보배]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오래된 기차역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같은 공간일지라도 그곳을 기차 승객으로서 방문하는 것과 미술관 관람객으로서 방문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경험일 것이다. 이처럼 장소는 누가, 언제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쓰임, 가치 등이 매우 가변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필자가 살고 있는)서울에도 과거에는 다른 어떤 목적으로 존재했지만 현재에는 새로운 역할로 재탄생한 장소들이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하여, 기존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개조하여 사용하는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추가로,

- 이들은 화이트큐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소특정성을 잘 살린다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이들은 장소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역사적 의미를 해체, 교란시키는가?

아래 공간들을 조사하며 생긴 질문들도 덧붙였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소개를 읽고 흥미가 생긴다면 한번쯤 방문을 추천!


문화역 서울 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

https://www.seoul284.org/

@culturestationseoul284

출처: 서울특별시 visit seoul

 서울역사 옆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르네상스 건축물이 있다. 구 서울역사 현 문화역서울284이다.

 1900년부터 남대문정거장이라는 이름으로 철도역이 생겼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축물은 1925년에 완공된 것이다. 1947년까지는 경성역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으며, 같은 해 서울역으로 개명하였다. 2004년 신 서울역(현재의 서울역)이 새로 지어지고 ktx 고속 철도가 개통됨에 따라 구 역사는 영업을 종료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교통과 교류의 관문이었던 구 서울역사(사적 제 284호)의 원형을 복원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 이름이 문화역서울284이다. 현재 이곳은 문화 예술의 창작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서 전시, 공연,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공연, 강연, 연구 등의 프로그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관 신청도 받고 있다. 또한 서울역사였던 공간이 갖는 건축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살필 수 있도록 해설자와 함께 하는 공간 투어도 수시로 진행 중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https://sema.seoul.go.kr/

@seoulmuseumofart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남서울미술관은 구 벨기에 영사관(사적 제 254호)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구 벨기에 영사관은 대한제국(1897~1910) 주재 벨기에 영사관 건물로서, 원래 회현동에 위치해 있었지만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현 위치로 이전, 복원되었다. 이후 1970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은행이 소유하고 있다가 서울특별시에 무상 임대 하여 서울시립미술관 하 공공미술관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1900년대의 고전주의 건축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구 벨기에 영사관이 남서울미술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영사관> 상설전이 전시되어 있다.



일민미술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http://ilmin.org/kr/

@ilminmuseumofart

출처: 서울특별시 visit seoul

광화문 광장에 가면 꽤나 눈에 띄는 근대 건축물이 있다. 일민 미술관(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31호)이다. 건물은 1926년 동아일보 사옥으로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때 동아일보가 일제의 탄압으로 폐간 되었지만 사옥 건물은 살아남았다. 이후 몇 번의 증축을 거쳐 1963년에는 동아방송국 건물로 쓰이기 시작하다 더 넓은 사옥이 필요해진 동아일보사는 1996년 충정로 사옥과 동아미디어센터를 설립하여 옮겨가고 광화문 사옥은 일민 미술관으로 재단장 되었다. 건물의 역사성을 기념하는 듯 미술관의 5,6층에는 신문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일민 미술관은 일민문화재단이 운영한다. 일민문화재단은 언론과 문화진흥에 힘쓴 일민 김상만(1910-1994)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문화단체이다. 일민선생의 수집품들로 이루어진 일민 컬렉션과 동아일보 미술품, 현대미술품 등을 소장하고 보존, 연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시의성과 대중성을 갖춘 전시, 워크숍 등이 열리고 있다.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33

http://www.boan1942.com/

@boan1942

출처: 보안1942

통의동 보안여관은 장소가 변하기 전, 건물이 갖고 있었던 기능과 이름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원래 ‘보안여관’이었다. 1942년부터 약 60년간 많은 사람들이 이 여관에 머물다 갔는데, 그 중에는 문필가, 예술가도 꽤 있었다고 한다. 2000년대 도심 재개발로 광화문과 종로 일대 또한 건물들이 대거 철거되었는데, 보안여관이라는 장소가 지니고 있을 역사성, 투숙객들의 사연과 기억들이 가진 가치에 주목한 한 개인(최성우 대표)에 의해 보안여관은 재개발로부터 살아남았다.

 오래된 것을 오래된 채로 두지 않고 현재 쓰임이 있을 때 새로운 가치가 있다는 생각 하에, 보안여관 옆에 그것을 닮은 신관을 건축하고 전시장, 카페, 술집, 숙박, 서점을 들여 복합적인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통의동 보안여관의 지향점은 ▶보안(保安,안녕을 지킴)의 회복 ▶여관의 정체성: 문화숙박업 ▶문화생산 아지트 ▶복합장르적 공간 ▶생활밀착형 예술 ▶장소특성적 예술이다. 건물의 물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건물에 스며 있는 정신도 계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마켓, 전시, 극, 퍼포먼스 공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다.





참고 자료

황은순, 낡은 여관에 예술을 불러들이다 최성우 통의동보안여관 대표, 『주간조선』, 2019.6.17,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62100014&ctcd=C02, 접속일 20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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