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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May 09. 2019

[불온한 데이터展] 데이터 그 속의 소수자들에 대하여

[1호][그리미02]

불온한 데이터

국립현대미술관

2019.03.23~2019.07.28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삶은 수많은 첨단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불온한 데이터展’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종류의 디지털 정보이자 신기술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데이터’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 단위까지 점차 데이터화 되고 있으며, 사회 경제적 패러다임 또한 데이터의 진화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전시는 데이터에 둘러싸인 우리 사회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데이터를 가공, 소유, 유통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이 가진 데이터를 어떻게 권력화하는 것인가. 데이터를 둘러싼 맹목적인 믿음, 또는 그 근거 없는 불신과 위기감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물음 등 이번 전시는 다양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탐구하고 미학적 특징을 발견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필자는 다양한 물음들 중에서 데이터가 소수의 권력에게 독점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반권위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탐색하는 탈중앙화를 시도한 두 작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수퍼플렉스,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2019, 벽화, 690x1050cm,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첫 번째 작품은 수퍼플렉스의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라는 작품이다.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라는 짤막한 문구로 ‘소수에게 독점된 데이터를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자’는 데이터의 공평한 분배 즉 데이터 민주주의를 가장 명료하면서도 단순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힘과 권력은 바로 ‘데이터’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데이터에 접근하는 능력이 곧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우리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불균형 즉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정보의 수집과 분배의 불균형에 주목한 작품이다. 2014년 덴마크어로 첫 작품에 제작된 이후로 영어, 아랍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제작된 바 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어로 번역되어 제작된 작품이다.

자크 블라스, <얼굴 무기화 세트>, 2011-2014, 플라스틱 마스크 4개 외 비디오 및 사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두 번째로 살펴볼 작품은 바로 자크 블라스의 <얼굴 무기화 세트>이다. 작품의 사진을 보면 마스크들은 색깔과 모양을 보면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떤 얼굴인지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마스크는 작가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여 만든 ‘집단 가면’으로 안면인식 기술로 탐지될 수 없는 무정형의 가면이다. 이러한 무정형의 가면은 생체인식 기술이 야기한 다양한 불평등에 저항하는 의미를 가졌다.

동성애자의 안면인식 데이터를 모아 성정 지향을 결정짓는 과학 연구에 대응하거나, 생체인식 기술이 피부색이 어두울수록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특징에 근거해 인종차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점, 그 밖에도 페미니즘, 국경 보안 기술이 야기한 폭력과 민족주의를 다룬다. 결국 안면인식 기술을 비롯한 생체인식 기술이 차별 정책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소수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땐 형체를 알 수 없는 조각품으로 인식했지만 이러한 의미를 알고 꽤 오랫동안 작품을 떠나지 못했다.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로 자신들과 소수자들을 차별했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범죄라 일컬어지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가능케 했던 ‘우생학’ 또한 같은 맥락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다. ‘우생학’은 과학적 기준을 통해 누가 누군가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으며 부적격자를 도태시킴으로써 종으로서 ‘인간’을 진보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이러한 우생학을 권력을 가진 정치적 대표 집단이 이용했을 때 소수자들을 어떻게 배제하는 지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인 것이다.

유대인 대학살 이외에도 우생학으로 부적격자 판단을 받은 불치병 환자, 정신질환자들이 거세 또는 불임을 당했고 인종 차별주의와 결합한 우생학으로 인해 유색인종은 이민을 금지당하는 등 우생학은 다양한 차별을 야기했다. 이처럼 권력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와 기술(과학)로 소수자들을 철저히 규정지으며 억압했던 사례는 가까운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포함해서 이 작품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 한 또 다른 이유는 나조차도 내가 가진 데이터들로 사람들을 규정짓고 구별 지으며 판단해왔던 것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학습된 필자가 선택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 또한 기득권의 입장에서 또 다른 소수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보 즉 데이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나'라는 개인부터 다양한 사회적 문제까지 생각해보며 돌아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가득했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다면 이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 해설 및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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