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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Nov 24. 2020

헤테로토피아 : 지금 우리는

[그루잠02]

현실에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셸 푸코는 현실에 존재하며 유토피아적 기능을 수행하는 현실화된 유토피아인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제시하였다.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유토피아에 대비되는 개념이며 '다른'이라는 뜻을 지닌 'heteros'와 공간이라는 뜻을 지닌 'topos'가 결합된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 일종의 반공간이기도 하다.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우리가 현실을 떠날 수는 없지만, 규칙을 만들고 통제하는 판옵티콘과 같은 사회에 저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안공간이란 미술관이나 화랑의 권위주의와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주류, 비영리 현대미술 전시공간이다. 대안공간에서의 예술은 사회문제나 정치적, 실험적 예술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갤러리나 미술관에 전시되기 쉽지 않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몸이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라는 푸코의 관점에 동의하며 패션을 몸이라는 공간으로부터 벗아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결국 미켈레에게는 그가 디자인한 옷들이 그의 헤테로토피아인 것이다. 그는 앤드로지너스 룩 등을 통해 몸이 가지는 정체성을 거부하는 헤테로토피아의 성격을 표출한다. 미켈레는 그의 헤테로토피아인 전세계 다양한 대안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으로 새로운 헤테로토피아를 만들어낸다. 또한 런웨이가 열리는 공간 역시 대표적인 헤테로토피아 혹은 그의 주관적 헤테로토피아일 정도로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주며 구찌의 아이덴티티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다.

GUCCI Fall/Winter 2020 Ready To Wear, Spring/Summer 2020 Ready To Wear


미켈레의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구찌의 큐레이터 미리암 벤 살라는 서울의 대안공간 10곳과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No Space, Just a Space : Eterotopia> 전시에서 한자리에 모았다. 해당 전시는 상업성을 목적으로 한 전시가 아닌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안공간의 역할을 알리는 전시로, 전시 기간동안 대림 미술관을 현실의 미술 생태계 내에서 유토피아의 역할을 하는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해당 전시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예술관을 선보이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전시의 모든 프로젝트가 다름을 이해하며 소수자의 정체성과 퀴어문화를 탐색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관람객에게도 현실의 유토피아를 체험하게 한다. 대림미술관은 대안공간과 비교했을 때, 젊은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SNS를 통한 상업적 마케팅 활용하고 '인스타그램' 감성의 전시 다수 개최해온 상업적이고 권위적인 미술관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공간의 특성과 구찌라는 브랜드가 끌어들인, '인스타그래머블'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관람객들에게 대안공간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특성으로 작용하였으며 그 스스로가 헤테로토피아로 탈바꿈하였다.


전시 카탈로그  링크 https://nospacejustaplace.gucci.com/catalogue.pdf


<No Space, Just a Place : Eterotopia>


지금까지 살펴본 <No Space, Just a Place : Eterotopia> 전시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헤테로토피아를 표현했다면, 정신병원과 같은 부정적인 헤테로토피아도 존재한다. 물론 어떤 제한적 공간이든 개인이 해당 공간에 긍정적 정서를 가진다면 긍정적 헤테로토피아가 되지만, 반대로 객관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공간 역시 개인이 그 공간 내에서 부정적 정서를 느낀다면 부정적 헤테로토피아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인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공간은 자신의 집, 더 좁게는 방으로 제한되었다. 이전에 비해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적어지고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자연스레 각자의 헤테로토피아를 가지게 된다.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고립된 생활에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에게 자신의 방은 부정적인 헤테로토피아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장기 지속되는 가운데, 인테리어나 집에서 즐기는 새로운 취미를 통해 이러한 우울감을 극복해내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일어난 언택트의 물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그 흐름을 이어나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택트 시대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유토피아를 발견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미쉘 푸코 <헤테로토피아>

https://nospacejustaplace.gucci.com/catalogue.pdf

https://youtu.be/rWVjQblmt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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