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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Feb 04. 2021

마티스 제2의 인생에 주목하다.

[berry 10]

  HENRI MATISSE JAZZ and Theater 전시는 야수주의 대표 화가로 알려진 마티스의 말년 작품에 주목한 전시이다. <모자를 쓴 여인>, <초록의 선>, <춤>과 같은 마티스의 야수파적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닌, ‘컷아웃(Cut-Out)’이라는 새로운 표현 방법으로 묘사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컷아웃’은 종이 오리기 기법이다. 마티스는 고령의 나이로 이젤 앞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조수의 도움을 받아 침대나 안락의자에서 컷아웃을 시작했다. 1941년 십이지장암과 폐색전증으로 인한 대수술로 인생의 2막을 열게 된 마티스는 컷아웃 기법을 통해 젊은 시절 유화로 작품을 그리면서 고민해왔던 색과 선 중에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떨쳤다. 채색한 종이를 오려서 작품을 제작하는 컷아웃은 선과 색채, 윤곽선과 표면을 하나로 결합했다. 건강 악화로 더는 유화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마티스가 선택한 컷아웃은 붓 대신 가위를, 물감 대신 색종이를 사용하여 콜라주를 회화의 한 요소로 들어오게 했다.


  이러한 마티스의 표현 방법은 1947년에 제작된 <재즈> 시리즈에서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책으로 프랑스 전문판화출판사 테리아드에서 250부 한정으로 제작되었고 주제는 서커스와 연극이었지만, 내용이 가지는 다변성으로 인해 재즈로 책 제목을 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재즈> 시리즈 중 대표 작품은 <이카루스>이다. 이를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 작가의 생애, 작품이 그려진 당시 사회적 배경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앙리 마티스, <이카루스>, 1946, 콜라주, 43.4 x 34.1 cm, 조르주 퐁피두센터.

  작품의 제목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왔던 이카루스와 같다. 그래서 <이카루스>는 미로동굴을 빠져나와 깃털로 만들어진 날개를 밀랍으로 고정하여 도망쳤지만, 비행의 과욕으로 태양 가까이에 가게 돼서 결국 추락하여 죽게 되는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 관점에서 보면, 마티스의 <이카루스> 작품은 떨어지는 이카루스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카루스>는 하늘은 파란색, 사람은 검은색, 심장은 빨간색, 별무늬는 노란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면서도 위로 향해 있는 팔과 노란색으로 빛나는 별무늬와, 검은색과 대비되어 강조되어 보이는 빨간색으로 인해서 다시 날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이를 마티스의 생애와 비교해 보았을 때, 노년의 삶이 지병으로 힘들지만, 수술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되고 컷아웃이라는 새로운 표현 기법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을 계속해서 지속해오고자 했던 마티스 노년의 삶과 <이카루스> 작품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카루스> 속 사람이 작가 마티스의 모습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카루스>가 제작됐던 1946년을 고려하면, 작품 속에 보이는 추락하는 사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공군 비행사를 의미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이것이 <이카루스> 작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앙리 마티스, <푸른 누드 II>, 1952, 콜라주, 116.2 x 88.9 cm, 조르주 퐁피두센터.

  이어서 볼 마티스의 컷아웃 대표작은 <푸른 누드 II>이다. 총 4편의 동명 연작 중 하나인, 파란색 색종이를 오려서 표현한 <푸른 누드 II>는 인간의 몸 형태를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고 채색은 오로지 파란색만 사용했다. 이렇게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마티스의 말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 마티스의 작품에서 두드러졌던 야수주의적 특징을 보인다. 파란색이라는 원색을 사용하여 사물(현 작품에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에 얽매이지 않았고, 형태 변형을 통해서 작품을 표현했다. 여성의 모습을 사진 속에서 보는 것처럼 똑같이 그리지 않고 타원형 머리 아래로 돌출된 가슴 모양을 비롯해, 단순화시켜서 간결하게 표현했다. 이는 형태를 개념적으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관절 부분을 띄우면서 파란색 종이를 붙여, 전반적인 작품의 느낌이 조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팔과 머리,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몸과 다리 부분이 서로 겹쳐져 있는 모습도 공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형태를 파란색으로 간결하게 조각처럼 표현하여 장식적이고 추상적인 요소도 있지만, 입체적으로도 느껴지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분할된 면으로 인해서 평면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입체적으로도 다가온다. 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명확한 인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도출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1907년 마티스의 야수주의 전성기 대표작인 유화로 제작한 <푸른 누드>와 비교했을 때, <푸른 누드 II>는 더 간결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1907년 <푸른 누드> 작품에서도 <푸른 누드 II> 작품에서처럼 여성을 한 손은 구부려 머리 위에 올려두고 다리는 꼬아서 겹쳐져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물론 <푸른 누드 II> 제작 당시 1907년 <푸른 누드> 작품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제목이 같고 비슷한 형상을 표현한 것에 반해, 표현 방식과 전반적인 작품의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는 말년으로 갈수록 점점 단순화되는 마티스의 작품 동향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마티스는 컷아웃 기법을 통해서 색채와 형태를 완벽하게 통합하여 선과 색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했고 말년에 지병으로 인해 아픔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본 전시는 야수파 대표 화가로 알려진 마티스의 유명했던 시절을 조명하는 것이 아닌, 제2의 인생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유명했던 야수파 작가로 알려진 시기 이외의 마티스의 삶과 작품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전성기 그 이후의 작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평생을 유화로 작품을 그린 화가가 더 이상 유화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생애를 마감하는 날까지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서 '컷아웃' 기법을 활용한 마티스가 예술가로서 대단했다. 또한 이러한 표현 방법이 단순히 작품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선과 색에 대한 마티스의 오랜 고민을 해결하는 매개체로서 작용하여, 발전된 마티스만의 화풍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마티스가 컷아웃으로 보여준 간략하고 함축적인 형태가 훗날 20~21세기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 디자인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마티스의 말년의 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작가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시기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시기의 작품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이러한 작품에 한 번쯤은 눈길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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