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앙데팡당 Apr 29. 2019

현대를 만든 두 천재1

[보배01]

1.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인슈타인. 피카소

아인슈타인. 피카소 1.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의 관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때는 바야흐로 작년 여름, 현대미술사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 현대미술사 수업에서 큐비즘(입체주의, 2차원의 평면에 다차원으로 사물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세기 미술 운동)에 대해 배우던 중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입체파가 미술사적 관점 이외 다른 사회적, 역사적 배경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었을까요?”

 교수님의 대답은 놀라웠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도 관련이 있어요. 입체파와 상대성 이론 모두 세상의 본질을 찾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시공간을 기존 개념과는 다르게 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지요.”     

 마침 바로 이전 학기에 ‘현대물리학과인간사고의변혁’이라는 물리학 교양 수업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 나는 소름이 돋는 듯했다. 입체파 화가로서의 피카소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두 인물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님에도 교수님의 답변은 직관적으로 이해되었다. 이에 호기심이 더 생겨 찾아 읽게 된 책이 아서 I. 밀러의 『아인슈타인. 피카소』이다. 나는 이 책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의 연결고리를 (내가 이해한 만큼만)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20세기를 뒤흔들어 놓은, 그리고 그들을 천재 반열에 올려놓은 공통된 탐구 주제에 대해 알아보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독일 태생)과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스페인 태생)는 모두 20세기 도래를 함께한 동시대 인물이다. 이 둘은 공통적으로 사물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한,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상대성을 이야기한 사람이다. 다만 아인슈타인은 과학으로, 피카소는 예술로 표현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절대성, 일관성, 동시성에 대한 이들의 의문은 19세기 말 주류를 이루었던 실증주의적 관점과 대비되며, 동시에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진행 중이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당시 유럽의 실증주의 철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데 큰 관심이 있었고, 보는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빛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한편 1895년에는 엑스레이 발견, 1896년 방사능 발견, 1897년 전자 발견 등 과학계에서는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존재들을 잇달아 발견했다. 공간은 이제 텅 빈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지각에는 한계가 있으며, 지식은 상대적이라는 깨달음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확장을 가져다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사고 실험을 통해 시공간의 개념에 대한 절대적 지위를 완전히 전복시킨다. 시공간에 대한 그의 견해가 집약되어 있는 상대론에 대해 아주 아주 아주 간단히 소개하면- 특수 상대성 이론은 절대적 동시란 없으며 모두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은 4차원 구조이며 그 형태는 그 안의 질량을 가진 대상에 의해 왜곡되고 광선은 휘어진 공간을 따라 역시 왜곡된다는 내용이다.


 ‘시간적 동시성은 사상들에 대한 우선적 관점이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개념은 피카소의 본질 탐구와 맞물린다. 눈에 보이는 것이 대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은 피카소가 했던 다음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I paint objects as I think them, not as I see them
(나는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는다. 생각한 대로 그린다).

 피카소는 대상을 그릴 때 단일 시점(눈으로 보이는 것과 동일한 시점)이 아닌 다시점을 이용했다. 사물을 면면이 분해하고 또 조합함으로써 여러 시공간을 2차원의 캔버스에 담았다. 피카소는 대상의 본질은 한 곳에서 순간 포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 시점의 위치를 옮겨 가며(시점을 옮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대상을 분석적, 파편적으로 배치한다. 입체를 기하학적으로 분해하여 평면에서 대상의 본질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에서 공간적 동시성이란 연속된 원근법들이 아니라 동시에 제시된 다양한 관점이었다**.

 

Pablo Picasso, Les Demoiselles d'Avignon, Paris, June-July 1907, MoMA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의 미학적 성취는 각각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고전적인 사고를 탈피하고 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했다. 그들은 너무나도 견고하게 진리로 받아들여졌던 기정사실을 뒤집는 새 이론을 내놓았다. 더 나아가 그것을 동시대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그들이 천재라고 불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다음 글에서 나는 위대한 창조자로서가 아닌, 누군가의 애인으로서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에 대해 쓰고자 한다. 천재라는 타이틀에 가려져 있는 그들의 보다 개인적인 모습에 대해 알아보자.


2019.3.26. 보배



*아서 I. 밀러(2002), 『아인슈타인. 피카소』, 정영목, 작가정신, 59쪽.

**위의 책, 412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