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바타의 디지털 전시 관람
:<모두의 박물관>

[팥빙수 04]

by E 앙데팡당


우리는 ‘아바타’라는 단어와 친숙하다. 90년대의 초등학생들은 각양각색의 옷과 액세서리 스티커를 ‘아바타’ 인형 스티커에 붙이면서 놀았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던 2000년대의 초등학생들은 주니어 네이버의 ‘아바타 꾸미기'에서 나만의 분신인 아바타를 내 맘대로 꾸미고, 내 맘대로 생성하고, 내 맘대로 삭제했다. 2009년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은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 군인으로 운동할 수 없는 인간의 육체를 떠나, 아바타 부족의 육체에 자신의 정신을 연결하여 새로운 삶을 얻는다. 카메론의 <아바타>는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 정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육체로 행위하는 '디지털 아바타'에 대한 개념이 완성본 같았다.


아바타의 사전적 정의는 incarnation과 같은 뜻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자라는 뜻으로, 지상에 내려온 신의 분신을 뜻한다. 힌두교 교리에 따르면 신들이 인간의 형상만 취해서 땅으로 내려와 신과 똑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아바타이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아바타들은 실제 세계의 인간들이 디지털 세계의 개인의 형상만 취해서 디지털 세계로 들어가 실제 세계의 인간들과 똑같이 행위하는 존재로 정의할 수 있다. '나'를 닮은 캐릭터를 꾸미는 용도에 그쳤던 디지털 아바타는, 이제 인간이 물리적 공간에서 향유하던 문화예술 활동까지 하는 실제적인 '아바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을 국내 박물관의 메타버스 전시회를 관람하며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에서 실험적으로 진행했던 전시회 <모두의 박물관>이다.

스크린샷 2021-03-07 오후 10.07.25.png <모두의 박물관> 대표 이미지

코로나로 장기간 휴관할 수밖에 없었고, 언제 또 휴관하게 될지 모르는 시국인지라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은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비디오 게임 속에서 <모두의 박물관>을 개관하였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게임 유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섬의 이름부터 함께 거주하는 주민, 섬의 다양한 장소, 옷차림, 눈, 코, 입, 헤어 스타일 등등 게임 속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만들고 조작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다. 또한, 친구 등록 코드가 있어 <모두의 박물관>과 친구를 맺으면 그 섬에 놀러 갈 수 있다. 심지어는 침대에 누워 꿈을 꾸는 동안 새로운 섬에 가는 기능인 꿈 번지 기능을 통해, <모두의 박물관>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을 시간에도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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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번지 코드와 <모두의 박물관>의 거주민 학예사의 여권, 게임에 항상 접속해 있지 않아도 상주하는 학예사 아바타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에서 섬의 주인인 '나'의 아바타를 잠들게 해 꿈 번지 기능을 사용하여 <모두의 박물관> 전시를 관람해보았다. 섬의 마을사무소 앞 광장에 <모두의 박물관 museum of everyone> 로고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모작이 전시되어 있었다.


IMG_7847.JPG 마을 광장

본격적으로 관람에 나서자 카페처럼 생긴 공간, 학예사의 연구실 같이 실제 미술관처럼 꾸며진 공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가장 기대되었던 작품들은 제1,2,3 전시실에서 김정태 작가의 <우리의 개미를 움직이는 것>, <세계의 크기>와 선우훈 작가의 <Modules>를 만날 수 있었다. 작품들은 동물의 숲 게임 속 아이템과 유저가 원하는 패턴을 생성할 수 있는 패턴 디자인 기능을 통해 제작되었다.


IMG_7849.JPG 제1 전시실 <우리의 개미를 움직이는 것> 김정태

<우리의 개미를 움직이는 것>은 데이터 센터를 연상케 하는 아이템들을 여럿 배열하고 그 앞에 땅굴을 파고 있는 개미집 아이템을 배치하여 24시간 365일 데이터 센터를 작동시키는 노동을 표현하고 있다. 뭐든지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팬데믹 시대에 노동 소득보다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 온라인 상으로 노력하는,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이터를 운반하는 서버들을 표현한 것으로 필자는 해석하기도 했다. 오락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지되지 않는 노동 중인 ‘동물의 숲’ 유저들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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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전시실 <Modules> 선우훈 , 제 3전시실 <세계의 크기> 김정태

웹툰 작가인 선우훈 작가는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인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동물의 숲’ 게임의 기능인 마이 패턴 디자인을 사용하여 도시를 바닥화로 그렸다. 누구나 마이 패턴 디자인 코드를 입력하면 선우훈 작가의 패턴 디자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마음대로 패턴의 순서와 방향을 바꾸어 자신만의 도시를 완성할 수도 있다. 김정태 작가의 <세계의 크기>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불꽃놀이를 하고 남은 깡통 아이템들을 일렬로 배열함으로써 디지털 세계의 크기를 관람객들이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게임 속에서는 실제 미술관에 온 것처럼 작가와 작품명을 알 수 있었고 공간도 효율적으로 나뉘어 있었고 작품에 손을 댈 수도 없었다. 여느 전시와 마찬가지로 시각 기능을 사용하여 전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관람객으로써 디지털 아바타는 실제 인간과 차이가 없었다. 시각을 매개로 한 관람 행위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떠나는 것까지 실제 관람 행위와 유사했다. 디지털 아바타는 성공적으로 관람객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작가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현실 공간을 대체할 수 있었다. 대체를 넘어서 새로운 작업방식을 구축한 것 같기도 하다. 현실에 존재하는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 세계에서 아이템들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차원에서 새로운 작품의 창조는 미술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현실 세계가 건강하지 못할 때, 우리는 새로운 차원을 찾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몸을 떠나 정신으로 연결된 새로운 신체를 갖는 영화 <아바타> 속 주인공처럼.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에서 시도한 <모두의 박물관>은 공간의 발견이자, 새로운 몸의 정체성의 발견이었다. 앞으로도 디지털 차원 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차원들에서 지속되는 미술을 보고 싶다.






참고문헌 :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홈페이지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경기'도' <모두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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