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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Jun 06. 2019

[교토 박물관展] 두루마리에 숨겨진 동양미술의 매력

[그리미03]

시종불교 신쿄 스님 열반700주기 기념 특별전

교토 국립 박물관

2019.04.13~2019.06.09


평소 동양 미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여백의 미? 정적인 느낌? 산수화? 를 떠올릴 것이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할 전시는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동양 미술의 모습과는 다른 색다른 동양 미술의 매력을 담고 있다. 현재 교토 국립 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종불교 신쿄 스님 열반700주기 기념 특별전>을 통해 동양미술의 색다른 매력을 파헤쳐보자.

교토 국립 박물관 지신관 @그리미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시종은 가마쿠라 막부(1185-1333년) 시기에 새롭게 생긴 정토종계 불교 분파이다. 이러한 시종을 창시한 잇펜 쇼닌(승려)을 비롯한 후대의 쇼닌들, 시종의 유교활동(전국을 행각하며 종교을 설파한 행위)을 당대의 다양한 불교 미술 작품으로 소개한다.


그 중 필자가 소개할 작품은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잇펜 쇼닌 전기 두루마리그림> 이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잇펜 쇼닌이 어떤 인물인지 이해한다면 작품의 이해도 더 쉬울 것이다.


잇펜 쇼닌(1239-1289)은 가마쿠라시대에 아미타부처의 가르침을 일본 전국에 널리 알린 스님으로 시종불교의 창시자이다. 누구라도 사후에 극락에 갈 수 있다고 설파하여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전하려 전국을 행각했으며, 춤염불을 수행하여 포교의 증표인 패를 나누어주었다.


본래 이 작품은 12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잇펜 쇼닌이 13세에 규슈 지방으로 수행을 떠나는 장면부터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51세에 입적(승려의 죽음)할 때까지의 생애를 담고 있다.  그 중 필자는 잇펜 쇼닌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인 춤염불을 담고 있는 7권에 주목하고자 한다.

<잇펜 쇼닌 전기 두루마리그림> 중 7권의 장면 @도쿄 국립 박물관 홈페이지

이 모습은 떠돌이 수행(유교활동)을 하던 잇펜 스님과 일행이 교토 시내로 들어와 시조 교고쿠에 위치했던 샤카도절에서 춤추면서 염불을 한 다음에 ‘나무아미타불’이 쓰인 패(극락정토에 갈 수 있는 징표)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이다.


도량 주변에는 신분 높은 이들이 탄 우마차와 함께,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뒤엉켜 몰려들고 있고 주위에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 멀리서부터 이곳을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얼굴생김새가 같은 사람이 없이 표정도 풍부하며 역동적인 동작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림에서 나타난 당대 풍경을 통해 일본 중세의 풍속과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점과 그 속의 역동적인 등장인물들을 통해 풍경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필자가 그동안 봐왔던 동양화 중에 이처럼 많은 인물들을 볼 수 있는 동양화도 드물었고 특히 일반인들의 삶 속에 들어간듯한 중세의 그림도 드물었기에 이 작품에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한 한 장면만으로 그 12권의 감흥을 담아낼 수 없지만 한 사람의 생애를 담은 12권의 두루마리 속에 그 시대 사람들의 희노애락, 종교, 문화, 생활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나아가 우리나라와 중국과는 또 다른 다양한 색채와 인물의 생동감을 보여주는 그림 그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그림에서 보여진 시종을 보며 우리나라 불교와 비교해보면서 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잇펜스님이 나무아미타불이 적힌 패를 나눠주며 유교활동을 했던 모습에서 내면의 깨달음을 중요시 여기시며 전국에 나무아미타불을 전파하신 원효대사가, 또 같은 유교활동이지만 잇펜스님은 춤으로서 사람들을 모아 종교를 설파하는 모습이 우리와는 다른 특이점이라 장면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던 것 같다.


처음 접해보는 일본 전시였고 일본의 중세라 그때 받은 감명과 지식들을 글로써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에 일본역사나 미술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던 터라 짧은 식견으로 글을 적게됨으로써 단순한 관람평에 그친 것 같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동아시아 삼국 중 가장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갔던 일본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그 속에서 다른지만 익숙한 동아시아의 모습들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인 동양 미술 한 편을 본 것 같아 색달랐던 교토 국립 박물관 전시 관람평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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