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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Nov 20. 2019

[올해의 작가상展] ‘우리’란 무엇인가?

[그리미06]

‘우리’란 무엇일까? ‘우리’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展’이 내게 던진 질문이다.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주목할 만한 현대미술 작가 4명을 뽑아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의 언어로 사회적, 미학적 문제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들은 동시대를 마주하며 그동안 지나치고 놓쳤던 여러 문제들을 직면하게 된다. 본고에서는 필자가 전시를 보고 직면했던 ‘우리’라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다룬 작품을 소개하며, 과연 ‘우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본고를 시작해본다.


박혜수, <No Middle Ground>, 2019, 구조물, 텍스트, 900x900x350


‘우리’라는 문제의식을 던진 작품은 박혜수 작가의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당신은 누구인가>이다. 사회와 집단에 내재된 보편적 가치와 무의식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우리에 대한 정의와 범주 즉 집단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를 설문지와 함께 전시했다. 필자는 이 작품을 통해 각자 ‘우리’를 생각하는 무수한 정의와 범주가 있다는 점, 그리고 필자 역시 나름의 정의와 범주를 가지면서 동시에 ‘우리 밖’에는 얼마나 무감각하고 배타적인 감정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었고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래의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인간에게 가장 고유한 공동체인 ‘가족’간의 관계도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아래의 작품인 박혜수 작가의 <후손들에게>라는 영상 작품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면 뉴스에서 우연치 않게 볼 수 있는 고독사 문제를 보았을 것이며 동시에 대부분 저 기사가 분명 자신과는 먼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작품은 고독사와 가족 관계의 붕괴를 담아낸 작품으로 장의사, 고독사 처리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고독사의 일련의 과정과 그 의미를 담은 영상이다.


영상을 보고 마주한 고독사의 실체는 고독사한 고인의 시체는 일반쓰레기 취급을 받아 죽고 나서도 편히 몸을 뉘일 곳이 없으며, 고인의 마지막이 된 고독사 공간은 경제적인 가치가 없어질 때까지 무참히 침범당하는 것이었다. 분명 저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인 ‘우리’였을 텐데, 그 범주에서 벗어난 현실이 얼마나 차가운지 가슴이 아려왔다. 필자는 과연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에게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으며 고독사는 단순한 자살이 아닌 사회 즉 ‘우리 밖’이 만들어낸 죽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작품을 통해 평소에 무감각하게 바라보던 하나의 사회문제가 아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 즉 ‘나’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우리 사회는 본래 전통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이어져 왔고, 지나치게 강조되는 공동체 의식에 지쳐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빠르게 붕괴되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을 비롯한 올해의 작가상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있다. 바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회 문제들을 풀어냈다는 점이다. 작품들을 감상한 후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고 무감각해졌을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관람자들이 이 시간 속에서 문제들을 '인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본고를 읽는 이들이 부디 직접 올해의 작가상 2019를 관람하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전화점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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