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예술, 타투'는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타투를 위한, 타투에 의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타투이스트 중 자신의 세계를 더 확장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타투 외 미술 전시를 기획 하기도 하지만 개인 차원이 아닌 공공의 전시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의료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타투를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미지와 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SNS 플랫폼이 활성화 되면서 타투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고, 타투는 일명 '감성타투'라는 하나의 장르가 확산되면서 타투를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대중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타투의 문턱이 확 낮아짐에 따라 타투 시술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고, 타투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나날이 증가하면서 더이상 타투를 음지의 문화라고 집단화시킬 수 없게 된 듯 하다. '타투'를 시술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타투아티스트' 또는 '타투이스트'라고 지칭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타투를 하나의 예술 행위로서 그리고 전문 분야로서 정체화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 '경계의 예술, 타투' 또한 변화하는 타투 문화에 대한 반영으로서 타투의 예술적 가능성을 진단하고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 대한 관람평을 기록하면서 필자가 느낀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의 경계'의 지점들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한다. 주제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최대 3부까지 연재해보려고 한다.
실물 티켓을 발권하는 대신 타투스티커를 골라 붙여준다.
타투에 관한 공적인 전시가 기획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국의 경우 타투 컨벤션이 크게 열리기도 하고 타투샵이 일반 사업장과 동일하게 운영되는 반면, 국내의 경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타투 문화를 향유한다고 해도 공적 담론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공적 담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소위 '불법시술'이라는 수식어 아래 타투문화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 전시의 중요한 성격으로 '공공성'을 포착했다.
본 전시는 인사동 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본 전시 주변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시 공간들을 볼 수 있다. 즉, 물리적 접근성이 좋고 무엇보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티켓 발권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 청년층 보다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더 많이 관람하고 있었다. 타투에 대한 거부감과 대중적 관심 그리고 예술성이 공존하는 현재 다양한 연령층에서 타투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타투를 매개로 다양한 집단과 소통하려는 시도는 타투를 음지에서 양지로 들어올리는 데에 의미가 있다.
사실 전시 공간은 생각보다 협소하고 투박하다. 공간적으로는 일반적인 전시회 형태를 갖추기 위해 공간을 구획하고, 일종의 화이트큐브를 구현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데, 작품 하나하나에 관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전시 캡션, 음향, 조명 등을 사용하여 전시를 입체적으로 구성하였으며, 작품 뿐만 아니라 정보 전달을 위한 타투용품과 작업 공간을 디피해 놓고, 타투이스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한 영상까지 준비되어있다. 타투를 매개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공공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전시'라는 비교적 공적인 담론 위에서 궁극적으로 "음지문화"의 타투를 법제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첫 섹션에는 타투이스트 다섯명이 각각 구획된 공간에 자신만의 타투 스타일로 공간을 구성한다. 각 타투이스트들이 자신이 가지는 타투에 대한 관념을 각 공간 안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몸과 그림이라는 타투의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회화와 조각, 오브제, 구상과 추상, 원시문화와 일러스트와 키치함까지 5개의 타투 스타일은 일반적으로 미술사에서 등장하는 대표적인 장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 타투가 왜 지금까지 음지의 문화로만 있었는지, 그리고 왜 이제는 더이상 타투가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아니라 공공의 문화로서, 나아가 예술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또한 현재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스스로 예술집단이라고 명명하고 싶은 것인지 예술을 통해 정체화하고자 하는지, 아울러 이와 조금 다른 맥락에서 왜 예술이라는 영역 위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볼법하다. 이후에 연재될 글에서는 본 전시에 대한 보다 세세한 설명과 현시대의 철학적 담론으로서 '몸'과 그 위에 이루어지는 타투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그 위에서 어떻게 예술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울러, 공적 담론에서 타투문화가 지속되고 발전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