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절대평가 논란, 우리는 어떤 벽 앞에 있는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절대평가 논의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맹점에 대하여

[김대성 칼럼] 국교위 절대평가 논란, 우리는 어떤 벽 앞에 서 있는가? < 교육칼럼 < 연재 < 기획&연재 < 기사본문 - 교육플러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를 중심으로 2028 대입 개편안과 연계된 내신 절대평가 도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절대평가 요소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변별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상대평가 등급을 병기하거나 유지할 가능성도 동시에 언급했다. 이 모순적인 메시지는 정책의 방향성을 흐릴 뿐 아니라, 학교 현장과 학부모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경쟁을 완화하고 학생의 성장을 평가하며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다는 취지는 언제나 옳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십수 년째 같은 지점에서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사회는 찬반으로 갈리고, 학부모는 불안에 떨며, 논의는 격해지지만 결론은 늘 ‘현실론’이라는 이름의 절충안으로 귀결된다. 왜 이런 장면은 반복되는 것일까.


평가의 방식이 아니라 구조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평가 논란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평가의 방식에만 집착하면서, 그 평가가 작동하는 구조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질문이 어긋난 채 해법만 바꾸려 하니, 정책은 바뀌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절대평가는 상대적 줄 세우기를 완화하고 학생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며, 학습의 과정과 성취 수준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타당한 제도다. 실제로 국제 사회의 교육 논의 역시 학생의 주도성과 역량 중심 평가를 강조하며 이러한 방향성을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한국의 입시 구조 안에 투입될 때 발생한다.


절대평가는 만능이 아니다: 경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 서열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경쟁은 줄어들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내신의 변별력이 약화되면, 대학은 학생부의 세부 기록, 면접, 논술, 수능 최저 기준 등 다른 요소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결국 고비용 사교육과 컨설팅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량적 점수 경쟁이 사라진 자리를,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좌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 대신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평가 방식은 바뀌었지만, 경쟁의 본질은 오히려 더 은밀하고 불공정해질 위험이 있다.


첫 번째 질문: 우리는 무엇을 위한 평가를 하고 있는가?

절대평가 논의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평가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가.

교육적 관점에서 평가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평가는 여전히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선발 도구로 기능한다. 최근 2028 대입 개편 논의가 고교학점제의 취지 구현보다 변별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육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고의 출발점은 여전히 선발이다. 이 상태에서 절대평가는 교육 개혁이 아니라 입시 운영 방식의 변화에 머물 수밖에 없다. 선발의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로 남아 있는 한,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 논란이나 대학별 고사 강화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


두 번째 질문: 그 벽은 여전히 그대로인가?

절대평가 논란의 핵심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바로 대학 서열화와 그것과 직결된 사회적 보상 구조다.

각종 연구와 통계가 보여주듯, 상위권 대학 졸업 여부는 여전히 개인의 생애 소득과 사회적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벽이 견고한 한, 학부모와 학생이 변별력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평가 제도는 교육적 도구가 아니라, 벽을 넘기 위한 사다리로 인식된다.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바로 여기다. 등급 체계의 숫자와 병기 여부를 두고 정교한 설계를 논의하면서도, 이 거대한 구조에 대한 질문은 조심스럽게 비켜간다. 벽을 건드리지 않는 입시 개혁은 결국 임시방편에 그친다.


세 번째 질문: 학교와 교사는 준비되어 있는가?

절대평가 확대는 학교 현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학생의 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기록하는 평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는 이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근 교권 침해 문제와 맞물려, 교사의 평가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과 민원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교사가 학생의 성취도를 엄격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모두에게 높은 성취를 부여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교사에게 다양한 과목 운영과 복잡한 평가를 요구하지만, 교원 수급과 업무 경감 정책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는 중앙에서 바뀌지만, 그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교실로 내려온다.


절대평가 논쟁이 던지는 진짜 질문

결국 절대평가 찬반을 묻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다음 세대를 위한 성장의 기반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서열 경쟁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둘 것인가.

해외에서 절대평가 기반의 대입 제도가 작동하는 이유는 평가 방식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대학 간 서열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고, 직업에 따른 보상 격차가 완화된 사회 구조가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벽 앞에서 다시 묻는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절대평가 논의는 분명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논의가 “몇 등급제로 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문제에 머문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교육 개혁은 언제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였다. 대학 서열과 사회 구조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인정하고 이를 허무는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벽은 그대로 둔 채 평가 방식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평가 매뉴얼이 아니다. 벽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벽을 넘어설 사회적 합의다. 절대평가 논란의 끝에서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교육의 구조적 민낯이다.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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