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교직원 갈등,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무너진 신뢰를 넘어 협력의 문화를 다시 세우는 길

갈등은 사건이 아니라 쌓여온 구조의 결과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특정 사건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축적된 관계의 긴장과 구조적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업무 분장의 불균형, 반복되는 행정업무로 인한 피로감, 평가 과정에서의 불신,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의사결정이 쌓이면서 조직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형성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작은 사건 하나가 발생하면 그것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감정과 해석이 결합된 갈등으로 확산된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도 교직 내 갈등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 피로와 조직문화의 문제라는 분석이 반복되고 있으며, 교원단체 역시 과도한 업무 부담과 불명확한 역할 체계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결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구조가 이 갈등을 만들어냈는지, 왜 이 갈등이 반복되는지를 먼저 묻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신뢰 없는 중재는 또 다른 갈등을 만든다

갈등 중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판단 자체가 아니라, 그 판단이 신뢰받는가에 있다.

중재자가 아무리 균형 잡힌 결론을 제시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신뢰하지 못하면 중재는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의 시작점이 된다. 갈등 상황에서는 인간의 심리가 방어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상대의 말뿐 아니라 중재자의 말까지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따라서 갈등 중재의 핵심은 갈등이 발생한 이후의 기술이 아니라 갈등 이전의 관계 형성에 있다. 평소에 쌓인 신뢰가 없다면 어떤 설명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관리자의 역할은 판단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신뢰를 축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상적인 소통, 경청의 태도, 공정한 업무 처리, 일관된 의사결정이 쌓일 때 비로소 갈등 상황에서도 말의 힘이 생긴다. 갈등은 사건 이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전의 신뢰 수준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진다.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갈등은 커진다

갈등 상황에서는 감정이 사실을 덮어버리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서운함은 사건을 확대시키고, 억울함은 상대의 의도를 왜곡하며, 방어적 태도는 공격으로 해석된다. 결국 같은 일을 두고도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는 것이다.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그 일을 각자가 어떻게 해석했는지 구분하며, 그 해석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 개입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갈등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충돌로 변하고, 감정의 충돌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막기보다 존중하되, 그것이 사실 판단을 대신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잡힌 대화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사실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갈등은 사전에 줄일 수 있다

갈등은 발생한 이후보다 발생하기 이전에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업무 분장, 평가, 협의 과정, 그리고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고,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공유하며,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갈등의 상당 부분은 예방될 수 있다.

사람들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끼면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과정이 불투명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라도 불신을 낳는다.

결국 갈등 예방의 핵심은 얼마나 잘 설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함께 결정했는가에 있다. 설명되지 않은 결정은 오해를 만들고, 공유되지 않은 과정은 불신을 키운다.


갈등은 개인을 넘어 조직 전체로 확산된다

학교는 관계 중심 조직이기 때문에 개인 간 갈등이 쉽게 집단 간 갈등으로 확대된다.

한 사람과의 갈등이 학년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하고, 부서 간의 대립이나 직종 간의 오해로 확대되기도 한다. 특히 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개인의 의견이 집단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갈등이 구조화되기 쉽다.

이때 중요한 것은 중재자뿐 아니라 주변 구성원들의 태도이다. 협력적이고 이해 중심의 언어는 갈등을 완화시키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말과 일반화된 표현은 갈등을 더욱 키운다.

조직의 분위기는 누군가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언어와 태도가 쌓여 형성된다. 결국 갈등 해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화의 문제이며, 학교는 갈등을 완화하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공동체이다.


갈등은 덮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것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직은 빠른 해결을 원하지만, 섣부른 봉합은 오히려 갈등을 더 깊게 만든다.

갈등은 그동안 쌓여온 오해와 경험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지속적인 대화, 그리고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현재 학교 조직이 갈등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다양한 직종이 함께 일하지만 역할과 책임은 명확하지 않고, 새로운 업무는 계속 추가되지만 지원은 부족하며, 경쟁 중심의 평가 구조는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는 개별 학교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교육청과 교육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갈등은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바꾸어야 할 구조의 신호이다. 갈등을 통해 무엇이 잘못 설계되었는지를 읽어내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학교는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갈등을 다루는 힘이 곧 학교의 교육력이다

학교의 갈등은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힘과 직결된다. 구성원 간 불신은 협력을 무너뜨리고, 협력이 무너지면 교육은 약화된다.

그러나 갈등을 건강하게 다루는 조직은 더 강해진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는 갈등을 없애려 하기보다 갈등을 다루는 힘을 길러야 한다. 신뢰를 쌓고, 과정을 공유하고,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며, 협력의 문화를 만들어갈 때 학교는 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다.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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