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알고리즘의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인간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각자의 눈으로 해석할 뿐이다."
안나 프로이트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교사다. 그리고 지금은 ‘작가’라는 정체성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찾아가고 있다.
정체성이란 단순히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소개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며, 해석의 렌즈다. 교사로서 나는 세상을 '교육'이라는 창으로 보고, 작가로서 세상을 '이야기'로 바라본다.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문제는 이 렌즈가 점점 더 왜곡되고 있다는 데 있다. 사회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그 사이에서 우리의 정체성도 왜곡되고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리고 그것을 진실이라 믿는다." 라고 말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챗GPT까지… 이제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게 된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원하는 것, 더 정확히는 우리가 '원한다고 착각하는 것'만을 필터링해 제공한다.
이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쾌하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의 다른 생각은 곧 '공격'이 되고, 불편이 되고, 상처가 된다.
우리는 '다름'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같음'만을 추구하며 좁아지고 있다.
매일 반려견과 산책을 한다. 이어폰을 꽂고 조용히 걷는 사람들을 본다.
중년의 남성, 여성, 노인, 청년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이어폰을 꽂은 채 걷는다.
그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은 키우지 못하면서, 반려동물만 기르고 있다.
나를 무조건 따르고 위로해주는 존재는 있지만, 나를 반박하고 대화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은 생각’에 머무르는 익명의 온라인 사람들과의 관계.
면대면 소통은 점점 줄고, 알고리즘 속에 고립된 채 살아간다.
이제 AI는 우리를 판단하지 않는다. 챗GPT는 언제나 나를 공감해주는 조언자처럼 보인다.
내 생각이 편협하든, 잘못됐든… 그럴듯한 근거를 덧붙여 나를 더 확신하게 만든다.
반박도, 도전도, 자극도 없이 우리는 점점 더 ‘스스로 만든 생각의 감옥’에 갇힌다.
이는 AI의 윤리성과도 맞닿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경쟁 속에서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기보단, 공감과 지지를 택한다. 결국 브레이크 없는 확신과 감정이, 시대의 기준이 되어간다.
과거에는 골목에서, 운동장에서, 동네 어귀에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갔다.
서로의 의견에 부딪히고, 때로는 싸우고, 다시 화해하며 살아갔다.
지금은 어떤가. 탑골공원의 노인들만이 아직 마지막 ‘스킨십 세대’로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점점 더 차가운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듣지 않으며, 누구도 말하지 않는 세상.
그 속에서 사람은 무기력해지고, 분노만을 품게 된다.
서로를 이해할 틈도 없이, 우리는 미워하는 법만 배우고 있다.
그래서 나는 쓴다. 글을 쓰며 나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이 글은 온라인이라는 바다 위에 남기는 작은 이정표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언젠가의 나에게 경고가 될 수도 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한마디 말을 더 하고 싶어지는 오늘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요즘 나도 느낀다.
면대면 소통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다른 의견이 불쾌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온라인에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며, ‘나만 옳다’는 착각에 빠졌던 건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다르기에 소중하고, 다르기에 발전할 수 있다.
같은 생각만을 반복하는 집단은 결국 퇴보하고 만다.
다름을 불편함이 아닌 가능성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소통의 기술이다.
이제는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를 내야 한다.
같은 생각만을 반복하는 폐쇄회로에서 빠져나와
다른 생각, 다른 말, 다른 관점을 존중하는 ‘사람다운 사람’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도록 설계된 존재이다." 라는 말처럼
그 진리를 잊은 채, 기술에 취한 우리는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것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립의 시대, 알고리즘의 감옥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불편함을 껴안고, 다름을 사랑하고, 소통을 회복하는
그 여정을, 지금 이 글로부터 시작하고 싶다.
2025.7.1.(화) 별의별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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