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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던 사람이 리더가 되면, 왜 팀을 무너뜨릴까?

실무의 달인에서 진짜 리더로 가는 길

교육지원청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처음으로 ‘리더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뼈저리게 배웠다. 내가 팀장의 역할을 맡으며 부딪혔던 고민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그려본 ‘이상적인 리더’의 방향을 스스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성과를 내던 사람이 리더가 되면, 왜 팀을 무너뜨릴까?

직장에서 누구보다 실적이 뛰어나고 빈틈없이 일하던 사람이 어느 날 팀장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다. ‘이제 우리 부서도 잘되겠구나’, ‘확실한 리더가 생겼다’는 안도감이 흐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그 시점부터 부서 분위기가 경직되고 팀워크가 어긋나며 성과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팀장은 분명히 더 많이 일하고 더 열심히 지시를 내리는데, 조직은 왜 더 삐걱거리게 되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무자와 리더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전혀 다른 시야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1. 실무자에서 리더로 – 손과 발에서 눈과 귀로

실무자는 ‘정확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시키는 일을 꼼꼼하게 챙기고, 빠르고 성실하게 처리하며, 보고까지 충실히 올리는 데 탁월하다. 누구보다 손과 발이 빠르다. 하지만 리더는 손과 발보다 ‘눈과 귀’가 먼저 열려야 한다. 구성원들의 여건은 어떤지, 이 일에 대해 동기 부여는 되고 있는지, 타 부서와의 협업은 원활한지, 일의 우선순위는 잘 조정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팀장은 지시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보고 조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신임 팀장은 여전히 실무자의 방식으로 일한다. “이거는 누가 언제까지 해요”라는 식의 업무 지시만 반복하며 팀을 이끌려 한다. 이는 실무자 역할을 팀장 자리에서 계속 수행하고 있는 것이며, 조직 전체의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채 부서를 운영하겠다는 위험한 착각이다.


2. 지시의 전달자가 아니라, 맥락의 해석자여야 한다.

조직의 최고관리자는 언제나 현장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는 종종 방향성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현장의 맥락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중간관리자는 그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해석하고 정리하는 ‘맥락의 번역자’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목적과 이유를 설득하고, 현장에 맞게 다듬어 실행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비전이라도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밀어붙이면 ‘지시’로만 작동하고,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현장과 괴리되면 결국 조직 안에서는 왜곡된 결과로 이어진다. 팀장은 그래서 경청자이자 중재자여야 하며, 때로는 현장을 대변하는 통역사여야 한다. 리더란 단순히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위와 아래를 연결해 주는 다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말보다 질문, 지시보다 경청

뛰어난 실무자였던 리더는 자신감이 있다. 해봤고, 잘했고,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어느 순간부터는 타인의 말을 가로막고, 현재 상황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이건 내가 더 잘 알아”, “그땐 이렇게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쓸데없는 고민 말고 그냥 해”라는 말은 듣는 이를 움츠러들게 한다. 이는 과거의 방식에 갇힌 리더십이며, 현재의 맥락을 읽지 못한 위험한 판단이다. 진짜 리더는 말하기보다 묻는다. “요즘 이 일이 너에게 어떤 점에서 힘든가?”, “우리가 가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을 바꾸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질문은 단순히 대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구성원의 생각을 열고,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열쇠다. 그 열쇠를 제대로 쓰려면 무엇보다 먼저 ‘경청’의 태도가 필요하다.


4. 희생이 아니라 성장으로, 불만이 아니라 소통으로

실무형 팀장은 흔히 말 많은 직원을 귀찮아한다. “왜 그렇게 불만이 많아?”, “자기 일이나 제대로 하지”라는 말이 쉽게 튀어나온다. 하지만 조직생활을 오래 해보면 정반대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불만을 말하고 고충을 터놓는 부서가 오히려 상급자에게는 ‘고생하는 부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묵묵히 참으며 일하는 부서는 ‘별일 없는 부서’, ‘당연한 일을 하는 부서’로 치부되곤 한다. 결국 성과만 내는 팀장은 칭찬보다 당연함을, 고충을 말하지 않는 부서는 보상보다 침묵을 받는다. 그래서 중간관리자는 팀의 성과뿐 아니라, 팀의 고충도 함께 상부에 전달해야 한다. 조직 안에서 구성원이 느끼는 자존감은 단순히 성과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고충이 귀 기울여지는 순간, 조직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된다.


5. 회사는 일터이자 삶의 공간이다.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 이곳에서 나는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무리 실적이 뛰어난 팀장이라 해도, 그 사람이 만든 조직이 오직 성과만을 강요하고 인간적인 성장은 허락하지 않는다면, 팀원은 그곳에서 버티지 못한다. 팀의 성장은 개인의 성장과 맞닿아 있어야 하며, 조직의 목표는 구성원의 의미와 연결되어야 한다. 일이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이걸 해낼 수 있다”는 감각, “이 팀에 내가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자부심, “이 회사에서 일하는 내가 괜찮다”는 자존감이 있을 때, 사람은 견딜 수 있다. 회사는 단지 출근하고 퇴근하는 공간이 아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삶의 공간이자, 나의 자존과 성취가 피어나는 일상의 일부다. 그 공간이 지옥이 되느냐, 공동체가 되느냐는 결국 리더십의 방향에 달려 있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팀장이 된다는 것은 더 많은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와 더 큰 책임을 가지는 일이다. 조직의 흐름을 읽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위의 의도를 아래의 언어로 풀어내는 그 연결의 자리에 선다는 뜻이다. 그 시작은 거창한 비전이나 능숙한 발표가 아니다. 그저 조용히 “요즘 어때요?”라고 묻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그 질문은 관계를 열고, 팀을 살리고,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리더십은 결국 소통이고,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기며 일해야 한다.


2025.7.7.(월) 별의별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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