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는 현대인의 생존전략이다.
주말이 더 바빴던 날이었다. 밀린 집안일과 업무 준비로 정신없이 보낸 끝에, 나와의 약속을 또 어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또 글을 못 썼구나.”
그 순간, 집사람이 조용히 말했다.
“그 꾸준함에 대해 한번 글을 써봐요. 요즘 당신 너무 자신에게 엄격한 것 같아.”
곱씹어볼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는 요즘, ‘꾸준하지 못한 나’를 탓하며 살고 있다.
그 자책의 밑바닥에는 이유 모를 불안과 조급함이 깔려 있다.
답을 찾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성인 ADHD’라는 단어를 검색했고, 관련 영상을 하나둘 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모든 증상이 내 얘기 같았다.
불안하고, 생각이 많아지고,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나.
그건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혹시 내가 이 시대의 무게에 짓눌린 또 하나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과거의 사람들보다 수십 배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은 피상적이고 업무적인 관계지만, 그 숫자만큼은 엄청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시지, 알림, 이메일이 쏟아지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운전 중에도 나도 모르게 여러 번 차선을 바꾼다.
‘이 길이 빠를까? 저쪽이 더 나을까?’
마치 내 일상의 모든 순간이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들 속에서, 나는 늘 불안하다.
하루에 수십 번 방향을 틀고, 머릿속은 늘 생각들로 넘친다.
책 한 권도 온전히 읽기 힘든 시대다. 이제는 듣는다.
책조차도 ‘읽는 것’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로 변했다.
짧고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뇌는, 집중을 잃고, 진득함을 견디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한결같이 노력하자”고 가르친다.
직장에서는 “꾸준히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예전에 썼던 연애 편지에 “한결같이 사랑하겠다”는 문장을 썼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과연 나는 뭔가를 한결같이 해온 적이 있었을까?
생존을 위한 식사, 잠자는 것.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공부도 일도, 인간관계도, 모두 달라졌다.
세상이 변했고, 나도 바뀌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꾸준함을 미덕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 시대에 맞는 말일까?
‘성인 ADHD’라는 말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병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업무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하고,
최선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
그로 인해 불안해지고, 산만해지고, 집중을 잃는다.
그것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사회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케플란은 말했다.
“사람들은 모든 선택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나 선택지를 모두 품으려 할수록, 방향은 흐려진다.”
내가 그런 상태였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잘하고 싶어서,
그래서 더 산만해지고, 더 지쳐갔다.
사이먼 시넥은 말했다.
“모든 행동은 ‘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문장이 마음 깊이 박혔다.
나는 지금까지 ‘꾸준함’이라는 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달려왔다.
하지만 그 꾸준함에 '왜'가 빠져 있었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남들이 정해준 속도에 나를 맞추며 꾸역꾸역 달려왔다.
그리고 매번 넘어진 내게 “넌 꾸준하지 못하니까”라고 손가락질했다.
이제는 그 손가락질을 멈추고 싶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꾸준함을 향한 나의 강박은 결국,
타인의 기준 안에서 나를 길들이려는 통제였다는 것을.
나는 그 기준에 맞추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꾸준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내 길이라면,
잠시 멈춰 서 있어도, 돌아가도,
나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 이 속도는 정말 나의 속도인가?”
“나는 왜 자꾸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밀어붙이는가?”
“나에게 필요한 건 ‘열심히’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즐거움’이 아닌가?”
이제는 이런 말을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다.
“괜찮아.
느려도 좋아.
가끔 멈춰도 괜찮아.
네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분명하다면,
그건 너만의 꾸준함이야.”
나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방향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정할 수 있다.
2025. 7. 14.(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성인ADHD, #꾸준함의강박, #현대인의불안, #집중력문제, #자기이해, #자기다움, #마음챙김, #불안한마음, #자기성찰, #속도보다방향, #삶의방향, #나의속도, #자기수용, #현대인의고민, #번아웃, #지속가능한삶, #불안과집중, #정체성찾기, #느림의미학, #꾸준하지않아도돼, #성인주의, #내면의대화, #나에게묻다, #심리적회복력, #불완전함의미학, #자기돌봄, #심리에세이, #생각정리, #마음글, #자기다짐, #마음의속도, #심리적안전, #감정정리, #자기돌아보기, #성찰하는글, #나를위한글, #심리적위로, #의미있는삶, #비교하지않기, #감정노동, #성인주의라이프, #자유롭게살기, #내면탐구, #타인의기준에서벗어나기, #브런치에세이, #브런치작가, #브런치추천글, #브런치피드, #에세이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