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왜 이렇게 시끄러워졌을까?

암묵적 학교의 종말, 법과 규정의 시대를 마주하다.

요즘 학교 현장을 바라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말한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교사는 생활지도를 하기도 전에 고소를 걱정하고, 학생은 교사의 말보다 온라인 검색 결과를 더 신뢰하며, 학부모는 상담에 앞서 법 조항부터 확인한다. 학교폭력, 교권침해, 민원, 사교육, 정서위기 학생, 젊은 학부모 세대의 적극적 개입 등 학교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혼란은 단순히 특정 세대나 직업군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학교의 문화, 질서,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숨어 있다.

‘암묵적 학교’에서 ‘규범적 학교’로

과거 학교는 지금처럼 상세한 규정과 지침 없이, 암묵적인 규칙과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었다.

교사의 지시는 명령이 아닌 자연스러운 권위로 받아들여졌고, 학부모는 교사를 집안 어른처럼 대우했다. ‘두사부일체’라는 표현처럼 스승은 인생을 이끄는 존재로 여겨졌고, 학교는 아이를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하나의 축이 되었다.

당시에는 법적 지침이 없어도 구성원 간의 역할이 비교적 명확했으며, 관계로 해결되는 문제가 많았다. 학생은 혼이 나더라도 “선생님이 이유가 있으시겠지”라고 이해했고, 교사는 학생을 통제하기보다 이끄는 위치에 서 있었다.

지금은 이와 다르다.

젊은 학부모 세대의 등장, 그리고 문화적 충돌

2000년대 이후 젊은 학부모 세대가 학교에 등장하면서 기존의 암묵적 질서는 급속도로 해체되었다. 이들은 기존 세대처럼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녀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이 세대는 수직적 위계보다는 수평적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억울한 일을 당한 자녀에 대해 '참아라'는 식의 반응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석하고 대응한다. 특히 외동 혹은 한두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는 가족의 중심이 되었고, 학교의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역할과 관계에 대한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과거에는 교사의 말이 절대적인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의 판단에 대해 ‘왜?’를 묻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관계 대신 규정이 지배하는 시대

이러한 변화를 마주한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관계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사소한 문제라도 모두 문서와 절차, 규정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학생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생활지도 고시’에 근거해야 하며, 상담에는 보호자의 동의를 확인해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절차가 개시되고, 교사는 아동학대와 교권 침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중해져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의 매뉴얼 사회와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교사는 매 순간 판단 이전에 ‘무엇이 가능한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 학교는 점점 더 ‘교육을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문제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변화는 불가피하나, 인간성은 지켜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화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과거에는 조용히 묻혀버렸던 정서적 폭력, 성차별, 불합리한 체벌이 제도적으로 조명되고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공정성과 투명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규정 중심의 환경이 교육의 본질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시작되는 작업이다. 신뢰와 공감 없이 규정만으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의 학교는 모두가 소극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교사는 방어적인 자세로 아이를 대하고, 학부모는 감시자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며, 학생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데 집중한다. 학교는 점점 더 공동체라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학교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했다

요즘 학교가 시끄러운 이유는 학교가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다. 학교가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적 문화와 교육환경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세기 방식의 교실과 권위, 운영 방식을 유지하려 하니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사회』에서 “전통이 해체된 사회는 규범을 통해 그 공백을 채운다”고 말한다. 지금의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질서가 무너진 자리에 법과 규정이 들어섰고, 그 안에서 구성원은 서로를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제약하고 있다.

이제는 학교를 다시 ‘교육의 공간’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규정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문화적인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학교는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것을 규정과 절차로만 다룰 수는 없다. 교육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관계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시끄러운 학교’ 속에서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교는 누구의 공간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화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



2025. 6. 20.(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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