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진 이유는?

지루한 교실, 좁은 공간, 선택 없는 학교의 진짜 문제

어릴 때부터 나는 학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언제 끝나지?”였다. 수업이 시작되면 시계만 쳐다봤고, 쉬는 시간은 짧았으며, 점심시간도 왠지 모르게 숨이 막혔다. 학교라는 공간은 있어야 하지만 있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아이들도 여전히 그렇게 느낀다.

학교는 여전히 ‘재미없고 지루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선택도 자유도 없는 학교, 학생은 수동적 존재가 된다

학교에서 우리는 수많은 규칙을 배운다. 그러나 그 규칙은 대개 학생의 참여 없이 정해진 것들이다. 오늘 수업은 어떤 과목인지, 어떤 방식으로 배울 것인지, 언제 쉴 것인지조차 학생의 결정권은 없다.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는 『페다고지』에서 학교를 “은행저금식 교육의 공간”이라 표현했다. 교사는 지식을 ‘저장’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저장받는’ 존재로 머무른다. 이 구조에서 학생은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수업은 흥미롭지 않다. 내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정한 내용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평가받는다. 매일 아침, 학생은 수동적 위치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실제로는 열악한 공간, 학교가 주는 갑갑함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는 상당히 길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놀랍도록 협소하고 단조롭다.

대한민국 학교의 1인당 면적은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중학생의 1인당 교실 면적은 평균 1.65평으로, 책상과 의자 외에는 개인 공간이 거의 없다. 쉬는 시간은 평균 10분, 점심시간은 40분이지만 복도와 급식실은 늘 북적이고, 여유를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은 도서관이지만, 그마저도 침묵이 기본이다. 이야기하면 제지당하고, 편하게 앉을 자리도 많지 않다.

운동장과 놀이터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이 좁거나, 권력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 힘 있는 아이들이 장악하기 일쑤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들은 어디에도 마음 놓고 있을 곳이 없다.

동아리? 이름뿐인 ‘부활동’의 한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운영에 그친다.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동아리는 극히 드물며, 담임이나 담당 교사의 판단에 따라 정해진 틀 속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의 중고등학교에서는 부활동(부카츠)이 학생 자율성 중심으로 운영된다.

운동부, 문화부, 예술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하루 일과 이후 자율적으로 남아 활동한다. 부활동이 학교생활의 중심이며, 진로 탐색과 또래 관계 형성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실질적인 자율 활동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는 학생의 만족도와 소속감이 훨씬 높다. 한국의 학교가 이를 참고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학교는 더 넓고, 더 자유롭고, 더 따뜻해야 한다

학교를 단지 ‘교육의 공간’이 아닌, 생활과 관계의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진짜 쉼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물리적 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교실은 더 넓어져야 하고, 사용되지 않는 유휴 교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아이들이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안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스터디카페 같은 독서실이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카페테리아, 혼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학생 휴게실처럼 다양한 목적의 공간이 마련된다면, 학교는 단지 수업만 하는 장소를 넘어 아이들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운동장이나 놀이터 또한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간이 아무리 있어도 일부 활동적인 아이들만 사용할 수 있다면,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또다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오고 싶어야 한다.

그리고 ‘단지 버티는 곳’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 우리가 놓친 이야기

학교는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학교밖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 아이들이 특별히 이상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 맞는 학교가, 맞는 교실이, 맞는 시간표가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수학으로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하교 시간에 맞춰 친구들과 만나고 놀았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고 말했다.

학교의 본질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추억과 기억을 만드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으로 남게 될까.

친구와의 수다, 편안했던 공간, 자신을 인정해주던 교사… 그런 기억이 있는가?

아니면 감시, 통제, 스트레스, 버거움뿐인 공간으로만 기억될까?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던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 공간이 지옥처럼 느껴질지, 안식처처럼 느껴질지는 어른들의 몫이다.

학교의 고질적 문제, 이제는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학교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너무 오래된 문제이고,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 특히 공간 중심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고, 놀이공간과 여가공간을 확충하며, 학교를 커뮤니티 복합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해외 사례처럼 지자체가 함께 관리하고, 학교의 법적 부담을 줄여야 아이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학교는 ‘오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선택이 아니라 강제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생이 걷고, 앉고, 말하고, 웃을 수 있는 공간.

혼자 있을 수 있고, 함께 있을 수도 있는 공간.

억지로 가야 하는 곳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곳.

그게 진짜 학교다.



2025. 6. 20.(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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