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은 왜 공해가 되었을까?

모두가 피해자인 교육, 우리는 왜 멈추지 못하는가?

1. '교육'이라는 이름의 공해 –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시스템

공해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만, 누구도 쉽게 책임지지 않는다. 지금의 학습 역시 그렇다. 학생은 불안 속에 경쟁하고, 교사는 수업보다 행정에 지치며,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교육은 이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대기오염’처럼 작동하고 있다.

교육은 원래 공존과 공감,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오히려 경쟁과 분리, 서열화와 배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2. 경쟁이 만든 교육의 반전 – 배려보다 서열, 공감보다 우월감

많이 공부한 아이가 반드시 더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득점은 배타성과 불안을 키우고, 시험은 우정을 무너뜨린다.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친구의 실패에서 안도하고, 약자를 돕기보다 앞서 나가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우리는 이 아이러니를 방치해왔다. 학생에게 협동을 가르치면서, 결과로는 철저히 개인 점수로 평가한다. ‘함께’라는 가치가 무너진 학습은 결국 파편화된 개인만을 남긴다.



3. 정답 중심 교육이 낳은 비판 불능 사회

지식은 시대에 따라 해석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정답’을 외우는 구조다. 국어시간의 문학작품조차도 ‘해설지의 해석’이 정답이 되고, 과학과 사회는 탐구보다 요점 암기로 축소된다.

서울대 교양강의 사례를 다룬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는, 학생들이 교수의 유머조차 정답처럼 암기하고 비판적 사고 없이 지식을 흡수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비판 불능의 수용자, 기존 질서의 수동적 소비자로만 남게 된다.



4. 학습은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가?

교육이 공해가 되었다는 말은 단지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지금의 학습 시스템은 실제로 가정을 무너뜨리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저출생 문제에까지 기여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보고에 따르면, 20~30대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교육비와 학습 스트레스에 대한 공포"였다. 다시 말해, 미래 세대를 낳지 않게 만드는 건 바로 ‘공부의 구조’인 것이다.



5. 평가의 모순 – 시민교육을 외치면서 개인 점수만 따진다.

학교는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공동체교육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평가는 개별 성적, 등수, 표준점수로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협동과 공감은 장식이 되고, 타인의 실패가 나의 성공이 되는 구조가 고착된다.

이런 평가는 ‘더 잘하려면 혼자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강화하고, 학습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학생들이 사회를 이해하고 바꾸기보다는,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6. 사교육과 입시의 악순환 – 공공영역의 사적 점유

사교육은 불신의 반영이다. 공교육이 신뢰받지 못하니,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교사는 가르칠 수 없는 수업을 반복한다. 결국 교육이라는 공공재가 시장 논리에 점령당하면서, 학습은 사적 자산이 되어버린다.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정답을 맞히는 기계’처럼 교육하고 있다. 그 결과, 창의성과 다양성, 인간의 복잡성은 ‘변수’로 취급된다.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7.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대안 교육의 가능성

핀란드는 시험이 거의 없고, 아이들은 교사의 피드백과 자율학습을 통해 성장한다. 독일은 직업교육과 인문교육을 병행하며, 성적보다 역량을 중시한다. 일본은 '미래 육성 교육'을 통해 창의성, 감성, 인간관계를 중심에 둔 교육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 수입이 아니라, ‘질문하는 교육’을 회복하는 일이다. 학생이 "왜 이걸 배우는가?", "이게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8. 학습의 공해화를 멈추기 위한 6가지 제안

지식에서 문제로: 정답 찾기에서 ‘질문 만들기’ 중심 수업으로 전환

개별 평가에서 협력 평가로: 집단 과제, 공동 프로젝트 중심 평가 강화

학습 부담 총량제 도입: 주당 학습량을 제한하고 체험 중심 확대

입시와 과목 선택의 분리: 대학 전형에서 과목 선택의 불이익 제거

교사 주도 커리큘럼 강화: 교사의 자율성과 실험적 교육과정 허용

교육을 지역사회로 확장: 학습의 공간을 마을, 자연, 시민사회로 확대

9. 교육의 철학을 다시 묻는다: 왜 배우는가?

교육부의 슬로건은 "교육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이다. 그러나 정작 지금의 교육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모순을 직면하지 않으면 어떤 개혁도 공허하다.

이제는 묻자.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가?

배움은 원래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배움이 억압과 분리, 차별과 경쟁의 도구로 쓰인다면, 우리는 교육이 아니라 ‘길들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 결론: 공해가 된 학습, 이제는 삶이 되어야 한다

학습이 공해가 되었다는 선언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이 구조를 멈추자는 호소다.

학습은 다시 숨 쉴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질문하고, 실수하고, 느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배움. 그 속에서만 우리는 시민으로, 인간으로, 미래의 주인으로 자랄 수 있다.

교육을 바꾸는 일은 사회 전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금은 혁신이 아니라 회복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는 아이들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아니, 우리부터 회복해야 한다. 지금, 학습의 공해를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을 딛자.



2025. 6. 24.(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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