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걷는 법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 학교, AI 시대의 ‘인간됨’을 지키는 첫걸음

스마트폰을 보며 등교하는 아이들

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다 보면 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을 마주하곤 한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걷는 아이들. 양쪽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고, 등교하는 발걸음은 무기력해 보인다. 때로는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 없이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친구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스마트폰 화면 속에만 빠져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이 장면을 두고,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학생다운 모습인가? 학습을 위해, 성장을 위해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교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디지털 기기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안타깝고, 위험해 보인다. 아이들의 집중력, 감정 조절력, 대화 능력, 관계 맺는 능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 모든 변화가 너무 빠르게, 그리고 너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금지법’, 학교의 오랜 갈등에 마침표를 찍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26학년도부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 중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기기의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2023년 제정된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이며,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혼란과 갈등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대응은 학교마다, 교사마다 달랐다. 수업 전 수거하거나, 위반 시 기기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제한하기도 했지만, 일부 학부모는 이를 문제 삼아 항의하거나 민원을 제기해왔다. 이처럼 분명한 기준 없이 각자의 해석에 의존하던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늘 판단의 부담과 민원의 응대를 함께 떠안아야 했다.

이번 법 개정은 그 모호함을 정리하고, 학교가 스스로 교칙을 통해 스마트기기 사용 원칙을 정하되, 그 규범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사용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규율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제공하는 계기다.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의 교육권을 명확하게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학생의 권리인가, 교육의 책무인가

물론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를 사용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세대에게 단속 중심의 접근은 오히려 시대에 뒤처진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떤 이는 “기기를 막기보다 활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과연 지금의 학생들이 그러한 활용 역량과 절제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는가?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인지적·정서적으로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존재다. 뇌의 발달 특성상 충동을 조절하고, 감정과 집중을 통제하는 능력이 성인처럼 안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요즘의 디지털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제공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와 반응을 정교하게 추적해 가장 자극적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척하면서 공기계를 따로 숨기거나, 수업 도중 짧은 영상에 몰입하느라 수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중독에 가까운 습관을 형성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이 학생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라면, 때로는 절제와 통제가 ‘권리의 침해’가 아니라 건강한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안세대’가 된 10대, 스마트폰은 도구인가 굴레인가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The Anxious Generation)』는 이러한 현실을 통계와 사회 심리학적 분석으로 예리하게 파고든다. 그는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화된 이후 청소년의 정신건강 지표가 얼마나 급격히 악화되었는지를 수치로 입증하며, 미국의 여러 주에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안 마련에 결정적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하이트는 말한다. 청소년들은 더 이상 현실에서 친구를 사귀고 대화하며 놀이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대신, ‘좋아요’와 팔로워 수에 따라 존재감을 증명받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기 존재를 온라인에서 증명해야 하는 세대, 그 불안과 비교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대. 특히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츠와 같은 숏폼 영상 콘텐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이자 중독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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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정서’라는 새로운 문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콘텐츠의 작동 방식이다. 우리가 보는 영상, 듣는 음악, 읽는 글조차도 AI 알고리즘에 의해 맞춤 추천되고 있으며, 그 목적은 단 하나다. ‘사용자의 시간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는 것.’ 정보는 선택이 아니라 설계된 유혹이 되고, 그 유혹은 학생들에게 너무도 쉽게 스며든다.

학생들은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콘텐츠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경로 안에서만 움직인다. 스스로의 취향과 생각이라고 믿는 것조차 조작된 결과일 수 있다. 이렇게 길들여진 정서는 점점 깊이 있는 사유와 비판적 판단을 잃어버리고, 편견이나 왜곡된 인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세계는 종이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놀랍게도 디지털 교육을 선도하던 나라들이 하나둘 종이책과 대면 수업으로 돌아가고 있다.
프랑스는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스웨덴은 AI 기반의 교육을 중단하고 다시 독서 중심 교육으로 전환 중이며,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학생들의 온라인 노출 시간을 제한하는 법안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보수화나 반(反)기술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신체적·사회적 경험이 인간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우리는 이 흐름을 타산지석 삼아, 다시금 교육의 본질을 되물어야 한다. 기기를 ‘잘’ 쓰는 법보다 중요한 것은, 기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스마트폰 없이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꺼지면 불안하다고 말한다. 외롭고 심심하고 불안하단다. 이는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니다. 이미 정서적 의존이 형성된 상태이며, 디지털 기기가 감정을 대체하고 있는 신호다. 교육은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금지와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가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단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왜 멀리 둘 필요가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기기 없는 시간에 어떤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함께 나누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이 이해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때, 진짜 변화는 시작된다. 교육은 명령이 아니라 내면화의 과정이어야 한다.


스마트폰 통제는 기술 억제가 아니라 인간 회복이다

우리는 지금, 매우 본질적인 선택 앞에 서 있다.
기술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되찾는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교육의 적이 아니다. 그러나 그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순간, 교육은 방향을 잃는다.

학생들이 네비게이션 없이도 길을 찾고, 스마트폰 없이도 생각하며, 타인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 그것이 오늘날 학교가 회복해야 할 진짜 목표다.
AI의 시대에 교육은 오히려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기술을 가르치는 일보다, 기계를 넘어서는 인간성을 키우는 일. 그것이 오늘날 교육자의 사명이 아닐까.


교육은 인간을 지키는 마지막 공간이다

AI는 빠르게 학습하고 계산할 수 있지만, 공감하거나 양심을 가지거나 사랑할 수는 없다. 협력, 판단, 책임, 관계, 연민, 인격, 존중… 이 모든 것은 오직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경험을 통해, 다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힘과,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감각을 되찾게 해야 한다.

그 시작이 ‘스마트폰 없이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면, 그것은 작지만 위대한 출발이다.
그 첫걸음이, 교육이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증거가 될 것이다.


2025. 9. 22.(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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