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맞춤통합지원, 교실을 다시 ‘배움의 공간’으로 돌려놓는 첫걸음
학교 현장에는 예전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기초학력의 결손, 정서적 불안정, 가정의 양육 환경, 이주배경, 복지 사각지대 등 그 원인 또한 복합적이다. 과거처럼 규율과 단호함만으로 지도할 수 없는 상황이 늘고 있으며, 교사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주를 넘어선 지 오래다.
초등학교의 경우, 한 학급을 담임교사 1인이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정서위기 학생과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 가정연계가 어려운 학생들이 섞여 있는 ‘위기학급’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담임교사는 교육 활동 전반에서 극심한 정서적, 신체적 소진을 겪고 있으며, 학교 현장도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단순한 보완책이 아니라, 공교육을 지탱할 핵심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최근 ‘학생맞춤통합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위기학생, 위기학급을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학교 내 상담교사, 복지사, 보건교사 등이 함께 참여해 위기 학생에 대한 협의회를 열고, 복합적인 원인을 분석해 시급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명백히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행력이다. 협의회는 열리지만 그 결과가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담당자의 지정과 전담 인력 배치다. 협의회를 누가 주관하고 조율하며 실행까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책임 구조가 없다면, 단발성 논의로 끝나기 십상이다. 현재는 이 업무가 추가 업무로 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지원을 위해 반드시 전담 인력 배치와 행정 조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학부모의 동의와 신뢰 회복이다. 복합위기를 겪는 학생일수록 가정에서도 양육의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비협조, 신뢰 부족, 경제적 여건 등으로 외부기관 연계가 어려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학교에 외부 전문가가 직접 방문하여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위기학급 담임에 대한 현실적 지원이 시급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이 한두 명만 있어도 학급 전체 분위기가 흔들리고, 규칙과 학습 흐름이 무너진다. 이는 도미노처럼 다른 학생들의 정서, 학습, 학교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운영 중인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정서위기학생, 사회적응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정서·행동 지원 협력강사’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는 기초학력, 정서지원, 한글교육, 외부기관 연계비용 등 목적이 나뉘어 쪼개진 예산들이 각각 배정되어 있어, 학교 현장에서 통합적·유연하게 쓰기 어렵다. 학생의 실제 상황에 따라 예산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목적 통합 예산 제도와 함께 학교의 자율 예산 편성 권한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분리지도 공간과 인력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위기학생을 긴급 분리해 정서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교사들의 돌봄과 생활지도가 기존 교무실이나 연수실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은 위험하다. 분리 지도 중 생활지도를 거부하거나, 학부모 민원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전담 공간과 인력이 필수적이다. 학부모 인계 절차, 응급 상황 매뉴얼, 보호 장치까지 정비되어야 진정한 교육적 안전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사도 복합위기 속에 있다는 점이다. 위기학급을 맡은 교사는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한계상황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자기효능감 저하, 민원 불안, 정서적 탈진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질 수 없다. 담임교사에게 회복을 위한 휴식권 보장, 보결 지원 인력 배치, 심리상담 연계, 책임 완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한 진짜 ‘통합지원’이 될 수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일부 학생이나 교사의 문제가 아닌, 공교육이 마주한 구조적 위기의 해법이다. 이제는 담임 혼자 책임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이 책임을 나누고 함께 아이를 살리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겉모양만 갖춘 협의체로는 부족하다. 학교 안팎의 자원이 실제로 연결되고 작동하는 실천 중심의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정책은 빨리 만들 수 있어도, 교육은 현장을 정밀하게 살피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사의 헌신에만 기대지 않는 공교육,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기본이다.
2025. 9. 26.(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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