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불신시대, 교실 CCTV는 해답인가? 독인가?

보이지 않는 불신이 교육을 해친다

교실은 감시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선진 교육을 논할 때 종종 언급되는 가치들이 있다. 자율성, 전문성, 그리고 교육공동체 간 신뢰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학교는 법령과 지침, 교육부·교육청의 지시, 각종 평가와 통제 속에서 자율적 판단보다는 사전·중간·사후 보고의 반복과 결과 중심의 업무에 매몰되어 가고 있다. 이 와중에 교실 내부까지 CCTV를 설치하도록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교육 현장의 불신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교사 피습 사건 이후, 학생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이 '감시'라면, 우리는 지금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교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


1. 교실은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공간이다

교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과 교사가 매일의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적 공동체이다. 그곳은 실수도, 갈등도, 성장도 함께 경험하는 배움의 장이다. 그런데 여기에 감시 카메라가 들어온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장비가 설치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실을 ‘의심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조치이며, 교사와 학생 모두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문화를 만든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는 인권침해 소지가 크며, 기본권 제한의 불가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권고했다. 해외 사례도 유사하다. 영국은 수업 감시를 위한 CCTV 설치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조차도 CCTV는 복도, 출입구, 주차장 등 제한적 공간에만 허용하고 있다. 교실은 감시가 아닌 신뢰와 자유 속에서 운영되어야 할 공간이다.


2.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명확하다

교실 안의 CCTV는 교육의 자유를 위축시킨다. 교사는 활발한 활동 중심 수업, 놀이 수업, 실험 수업 등에서 카메라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오해 소지가 있는 장면을 우려하여 수업 방식이 정적이고 무난한 형태로 위축될 수 있다. 학생들 역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표현의 자유와 친구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교실은 활기찬 배움의 공간에서, 조심스럽고 경직된 공간으로 변질된다. 이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인 자기표현, 자율적 탐색, 관계의 형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3. 실효성 없는 감시, 갈등만 증폭시킨다

CCTV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학교폭력은 카메라가 있는 장소보다 없는 장소에서 더 많이 일어나며, 점점 SNS나 사적 공간으로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며, 실시간 모니터링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CCTV는 사후 증거 확보 수단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CCTV가 있다고 해서 학생 간의 갈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갈등은 더 교묘히 숨거나, 감정만 누적되어 극단적으로 터질 위험이 커진다. 예방의 본질은 감시가 아니라 관계 회복과 공동체 교육에 있다.


4. 막대한 행정 부담과 비용, 교육적 책임의 외주화

현재도 학교는 CCTV 관리와 관련하여 설치부서와 운영부서 간의 혼선, 영상 제공 시 법적 책임, 보관 기간 관리 등 여러 부담을 안고 있다. 교실까지 CCTV가 확대될 경우, 설치·운영·기록·열람 요청에 대한 응대까지 포함해 학교 구성원의 행정 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는 “문제의 원인은 학교 내부에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조치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공동체의 붕괴, 관계 단절, 사회적 격차로 보지 않고, 학교에만 감시와 통제의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정당하지 않다.


학교, 감시가 아닌 신뢰로 지켜야 한다

CCTV는 통제를 위해 존재한다. 감시 장비가 늘어날수록 사람은 감정을 숨기고, 표현을 줄이며, 상호작용을 피한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서로를 의심하기보다 신뢰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교사는 믿음 속에서 자율성을 발휘하며 교육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학교'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감시의 장비로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투자로 가능하다.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교사 확충, 교사의 수업 자율성 확대, 학생 생활교육의 공동체적 접근, 교육과정 내 관계회복 프로그램 강화 등이 먼저이다.

CCTV가 많이 설치된 나라가 반드시 안전한 나라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통제된 사회가 되기 쉽다. 교육은 자유와 인권, 자율과 존중을 바탕으로 할 때 꽃을 피운다. ‘교실 CCTV’라는 선택은 단순한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교육과 미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감시가 아닌 신뢰의 사회를 선택할 책임이 있다.


2025. 9. 28.(일)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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