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신드롬, 우리는 왜 공교육을 포기했는가?

학교에는 교사가 없다, 공교육이 사라진 시대의 교육을 말하다

1. 일타강사, 그들이 영웅이 된 시대

이 시대의 새로운 영웅은 누구일까? 영화 속 슈퍼히어로도, 정치인도 아닌 ‘일타강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수십만 명, 출연하는 방송마다 조회수는 수백만 회를 넘는다.

그들은 단순한 ‘강의자’를 넘어, 이 시대 입시의 구세주, 공부법의 끝판왕, 멘토와 상담가의 역할까지 도맡는다.

이런 현상은 한국 교육의 과잉 입시 중심 문화와 불안한 학부모 심리,

그리고 교육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복합 결과다.

학생과 학부모는 더 나은 성적을 위한 ‘정답’을 찾고자 하고,

그 정답을 가장 간단히, 가장 빠르게 제시해주는 사람이 바로 일타강사다.

문제는 이들이 교육의 대표자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이름 앞에 붙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교원 자격과 무관하게

사회적으로는 교육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다루는 영역은 특정 과목의 시험 전략, 문제 풀이 요령, 패턴 분석이 전부다.

물론 그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교육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교사의 전문성은 가려지고,

‘영웅이 된 강사’들의 이미지가 학생 교육의 이상형처럼 소비되는 현실은 심각하게 돌아볼 문제다.


2. 방송이 만든 교육 환상 – ‘문제는 일타강사가 다 해결해준다?’

최근 몇 년간 방송가에서는 공부하는 아이와 부모, 그리고 이들을 도와주는 일타강사를 중심으로 한

‘입시 힐링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TV에서는 성적이 떨어진 아이, 의욕을 잃은 학생이

일타강사의 조언 몇 마디에 놀랍도록 변한다.

혼란스러운 가정환경도 강사의 한마디에 해소되고,

부모의 눈물과 아이의 감사 인사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현실은 방송처럼 쉽지 않다.

학생의 태도와 학습 습관, 가정의 갈등과 진로 불안은

단기간의 코칭이나 몇 마디 충고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방송은 마치 일타강사가 모든 문제의 해결사인 것처럼 연출한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저렇게만 하면 되겠구나”라는

과도한 기대와 환상을 갖게 되고, 학교나 교사의 개입보다는

유명 강사의 처방을 더 신뢰하게 된다.

공교육 현장의 다층적인 노력이 가려지는 순간이다.

이처럼 방송이 만들어내는 단순화된 서사는

‘공교육은 무기력하고, 사교육은 유능하다’는 이분법적 인식을 강화하며,

결국 교육을 ‘상품’으로 소비하게 만든다.

이는 교육이 갖고 있어야 할 장기적인 시야와 성장 중심의 가치를 왜곡하는 일이다.

3. 교사는 왜 조명받지 못하는가? –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TV 속 일타강사는 한 학생의 공부 습관을 꿰뚫어 보고 단번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런 장면은 어디까지나 각본과 편집의 산물이다.

현실의 교육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교사는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수십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간다.

수업뿐 아니라 상담, 생활지도, 학부모 소통, 방과후 활동까지 함께하며 학생의 삶 자체에 개입하는 사람이다.

어느 아이가 오늘 따라 유난히 말수가 줄었는지, 어떤 학생이 어제와 다른 눈빛을 하고 있는지

오로지 ‘매일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변화다.

교육의 본질은 정보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의 힘에 있다.

좋은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에 머물지 않고, 학생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 가능성에 이름을 붙여주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교사다.

그러나 오늘날 방송과 언론은 교사보다는 일타강사를, 학교보다는 스튜디오를 조명한다.

그 안에서 진짜 교육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4. 숫자로 드러나는 현실 – 사교육 공화국, 공교육의 그림자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이제 단순한 보조 학습이 아니라 대체 교육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무려 27조 1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07년의 20조 원 수준과 비교해 35%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증가다.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교육 격차는 ‘계급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의 10명 중 8명(80.3%), 고등학생의 85.1%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 3구를 포함한 일부 지역은 그 비율이 90%를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출처: 통계청·교육부,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이처럼 사교육이 일상화되자,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70% 이상이 학교 교육만으로는 입시에 대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불신이 아니라, 공교육이 실질적으로 사교육의 하위 시스템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결국 공교육은 정규 교육의 주체가 아닌, 학원의 선행학습을 보완하는 기능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개념은 사라지고, 교사는 반복 설명자가 되고,

학생은 학교에서 지루함을, 학원에서 긴장감을 경험하는 기형적인 교육 순환에 갇혀버린다.

5. 해외 사례가 말해주는 것 – 사교육 없는 교육 가능할까?

공교육의 질과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해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공교육이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곳에는 일타강사도 없고, 학원 문화도 없다.

그럼에도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왜일까? 그 핵심은 ‘교사’다. 핀란드 교사는 모두 석사학위 이상을 보유하고,

교직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은 의사 못지않게 까다롭다.

하지만 일단 교사가 되면, 국가와 사회로부터 높은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이처럼 교육의 중심에 교사가 설 수 있다면,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공교육의 붕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1980년대 이후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사들이 떠나자, 상류층은 사립학교로 빠르게 전환했고,

저소득층은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방치되며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지금의 미국 교육은 말 그대로 ‘계층을 복제하는 시스템’이 되었고,

교육을 통해 계층을 이동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국도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좋은 학교’는 주소와 재산으로 결정되고,

학교가 아닌 ‘강사 브랜드’와 ‘학원 라인업’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일타강사는 더 많은 주목을 받고, 공교육 교사는 점점 그림자 속으로 밀려난다.



6. ‘연예인화’된 교육의 문제

교육은 더 이상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의는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교사는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오늘날 교육은 콘텐츠 산업의 일부로 편입되었고,

그 중심에는 스타 강사, 즉 ‘교육 연예인’들이 있다.

이들의 말과 행동, 심지어 옷차림과 말투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끌고, 유행이 된다.

“어느 강사가 찍은 문제가 수능에 나왔다”는 이야기는

일종의 전설처럼 떠돌며 강사의 브랜드 가치를 올린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방향은 바뀐다.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보다

‘정답을 빠르게 말해주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교육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 이해보다는 암기,

성찰보다는 암묵적인 ‘예측 능력’이 우선시된다.

이런 흐름은 결국 교실의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학생들에게는 학습을 ‘관람하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제 교육은 감동이 아니라 흥미를 팔아야 하고,

학생은 지식을 스스로 정리하는 주체가 아닌,

‘강사의 입을 따라 적는 수용자’로 전락하게 된다.

7. 새로운 방향: 공교육 교사를 조명하라

공교육의 회복은 거창한 개혁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살아가는 교사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시작이어야 한다.

학교에는 다양한 교사가 있다.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해 야간 자율학습 시간까지 남는 교사,

학부모와 일일이 통화하며 아이의 심리적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교사,

창의적인 수업을 위해 매주 주말을 반납하는 교사.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진짜 전문가’들이다.

이제 미디어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사의 수업 철학, 실제 사례, 실패와 성장의 이야기,

학생과의 갈등과 화해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나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EBS, 교육부, 지방교육청이 나서야 한다.

학부모의 불안을 공감하고, 아이들의 진짜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은

화려한 일타강사가 아닌 묵묵한 교사의 삶 안에 담겨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노력과 희생은 콘텐츠가 아닌

공교육의 희망이자 미래이다.

8. 공교육의 희망은 교실에 있다

우리는 종종 질문을 한다.

"도대체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자주 틀린 곳을 바라본다.

일타강사, 유명 강의 플랫폼, 입시 유튜버들, 사교육 고수들의 처방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너무 먼 곳을 헤매고 있었는지 모른다.

공교육의 희망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매일 아침 교문을 지나며 학생들과 인사하고,

하루 종일 교실을 지키며 아이들을 관찰하고,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위해 조용히 다가가는 그 한 사람,

바로 학교의 교사에게 있다.

이제는 ‘교육의 브랜드’를 좇는 시대에서

‘교육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실패와 성장을 함께하며

길고 긴 교육 여정을 같이 걸어주는 사람,

그 교사가 곧 교육의 대안이자 본질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학교 교육에 교사가 없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되지 않도록.



2025. 6. 29.(일) 별의별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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