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왜 정치교육을 멈췄는가?

시민이 되지 못한 청소년들

1. 정치가 사라진 교실, 시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정치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모든 공간에서 존재한다. 가정 안에서도, 교실에서도, 친구 관계 속에서도 크고 작은 정치가 작동한다.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르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정치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떤가?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지만, 유독 ‘정치’만은 철저히 배제하려 한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은 정치적 존재가 아니며, 교사는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학교는 살아 있는 사회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정치교육에서 철저히 눈을 감는다.

하지만 시민은 정치적 존재이다. 그리고 시민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존재이다. 아무런 훈련 없이 성인이 된다고 해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 과연 건강한 민주 시민이 나올 수 있는가? 그 답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 학생들은 이미 정치적 존재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정치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뉴스 영상, 밈(meme), 유튜브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적 사건과 이슈에 반응한다. 국회의원의 발언, 혐오와 차별, 선거와 정당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는 학교 밖에서만 가능하다.

학교 안에서는 정치에 대한 말을 꺼내는 순간 ‘선 넘는’ 행동이 된다. 교사는 민감한 주제라며 피하고, 학생은 정치에 대해 배우지 못한 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존해 정치 감각을 익히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왜곡과 혐오의 일상화이다.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정치 정보 습득 경로 중 1위는 유튜브(43.2%), 그 다음은 익명 커뮤니티이며, 학교는 4.6%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정치교육의 기능이 학교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3. 정치교육의 공백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정치교육이 부재한 학교는 시민을 길러내지 못한다.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는 정보, 자신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며 타인을 혐오하는 태도, 책임 없는 발언과 행동이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치조작, 딥페이크 영상, 가짜뉴스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학생들에게 사실을 검토하는 능력, 출처를 따지는 능력, 여러 입장을 비교해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모두 정치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역량이다.

4. 독일은 왜 교실에서 정치를 말하게 했는가?

독일은 1976년, 정치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을 제정한다. 이 협약은 정치교육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강요금지: 교사는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논쟁성 유지: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교실로 가져온다.

정치적 행동 촉진: 학생이 스스로 입장을 정하고 행동하도록 돕는다.

이 원칙은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실을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민주주의를 살아 있는 가치로 만드는 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학교도 이러한 합의가 필요하다. 중립이란 침묵이 아니라 균형 있는 다름을 허용하는 것이다.

5. 죽어 있는 정치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방향

정치교육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교육이 아니다. 정치는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다.



학교 정치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



① 교사의 정치교육 권한 확대

정치적 발언이 곧 징계 사유가 되는 현실은 교사의 침묵을 낳는다. 특정 정당을 선전하지 않는 한, 교사는 현재의 사회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② 학교 내 공론장 활성화

학생 자치회, 모의 의회, 정책 토론 대회 등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학생들이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경험을 정기적으로 하도록 한다.



③ 시민적 책임 강조

정치적 자유는 책임과 함께 배워야 한다. 혐오 표현, 허위정보 유포는 정치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존중, 사실, 공공성, 책임을 중심으로 한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6. 학교 정치교육은 사회 변화의 출발점이다.

정치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학교여야 한다. 학교는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갈 시민을 준비시키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갈등을 조율하며, 책임 있는 표현을 배우는 학생들은 장차 혐오와 분열이 아닌 합의와 공존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 어떤 사회도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시민’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그 어떤 민주주의도 ‘정치교육을 받지 못한 시민’ 위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학교에서 정치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누가 시민을 길러낼 것인가?



2025. 6. 24. (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정치교육 #시민교육 #학교정치교육 #학생정치참여 #교사정치참여 #학교민주시민교육 #정치적중립 #보이텔스바흐협약 #정치편향아닌정치교육 #정치와교육 #정치교육필요성 #시민이되는과정 #청소년정치교육 #학교민주주의 #학교자치 #학생자치 #학생의견존중 #정치교육활성화 #정치적책임교육 #혐오표현방지 #가짜뉴스대응 #정치정보리터러시 #정치리터러시 #공론장 #정치토론수업 #모의의회 #학생참정권 #교사의자유 #교사의표현의자유 #민주주의학교 #정치교육사례 #정치교육자료 #중립적인정치교육 #청소년정치참여 #교사정치권한 #교육과정개편 #학교수업변화 #미래시민교육 #정치와시민의식 #교육과정민주화 #학생의소리 #학교의역할 #시민교육중요성 #비판적사고교육 #청소년인권 #학교교육의한계 #교육정책 #교육블로그 #정치교육콘텐츠 #학교가바뀌어야한다 #별의별교육연구소 #장학사 #교육전문직​

keyword
이전 04화학교 가기 싫어진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