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에 빠진 아이들, 그게 재밌다고?

관계가 사라진 시대, ‘정’을 찾는 우리의 마지막 안식처

다시, ‘지붕뚫고 하이킥’에 빠진 아이들

요즘 우리 집 아이들은 이상하다.
한창 트렌디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이 하루 종일 보는 건 다름 아닌 지붕뚫고 하이킥.

“그거 너무 옛날 거잖아. 왜 봐?”
나는 물었지만, 아이들은 “그냥 재밌어.”라는 말만 남겼다.

TV를 보니, 한 케이블 채널에서 하루 종일 시트콤을 연속 방영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청자들이 꽤 많은듯하다.
‘왜 지금, 하필 저 시트콤일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그 안에 있는 걸까?


철지난 시트콤 속 따뜻한 ‘정(情)’

곱씹어보니, 그 시트콤에는 요즘 드라마에서는 사라진 감정들이 있다.
바로 한국인의 정, 이제는 초코파이 광고에만 남은 것 같던 그 감정 말이다.

가난한 자매를 집으로 들이는 부잣집,
학벌을 속여 과외를 하면서도 인간적으로 존중받는 교사,
무능력하지만 정 많은 가장,
백수 커플과 까칠한 의사,
그리고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웃고 부딪히며 살아가는 인물들.

이 모든 캐릭터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요즘 드라마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진실하다.


웃음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지붕뚫고 하이킥은 결코 단순한 웃음만 주는 시트콤이 아니다.
거기엔 학벌 사회, 계급 갈등, 가족 해체, 직장 내 위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공감’으로 풀어냈다.

출신 학교가 들통 나도 인간적으로 인정받는 이야기.
가난하지만 당당한 자매의 생존기.
무능한 가장을 지지하는 가족의 힘.
모두 오늘날 우리에게 부족한 감정의 기둥들이었다.

시트콤은 말한다.
"정이 사라진 사회에서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이 겪는 ‘결핍’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학원은 평일에도, 주말에도 멈추지 않는다.
성적표에는 점수보다 등수와 백분율이 중요하다.

친구도 경쟁자이고, 웃고 떠드는 시간은 사치다.
학원 가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틱톡을 보다 웃는 그 순간조차도
“그거 볼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지…”라는 잔소리로 덮인다.

그 아이들이 철지난 시트콤을 보며 낄낄대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안에서만은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이웃, 줄어든 관계

“이사 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릅니다.”
이 말은 어느새 당연한 말이 되었다.

이웃은 더 이상 ‘관계’가 아니라 ‘불편함’이다.
정은 불편하고, 오해는 귀찮고, 갈등은 피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제3자처럼, 혹은 익명처럼 살아간다.

이 시대의 인간관계는 속도에 치이고, 효율에 맞춰진다.
우정도, 이웃도, 연애도, 심지어 결혼마저도
경쟁과 자기보존이라는 전장에서 선택의 대상이 된다.


피상화된 관계,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

시트콤 속 인물들은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부른다.
“해리야!”, “지훈쌤!”, “줄리엣”, “순재 할아버지!”
그 호명 속엔 존재의 인정과 관계의 밀도가 담겨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나태주, 『꽃』


지금 우리는 누구의 이름을 불러주며 살아가고 있을까?


철 지난 드라마 속에서 찾은 ‘사람 사는 이야기’

우리의 삶은 이제 ‘에피소드’가 없다.
그저 반복되는 일정표, 넘쳐나는 과제,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한때 시트콤은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고, 정을 나누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마저 사라져가는 지금,
지붕뚫고 하이킥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현대인에게 남은 마지막 공동체의 환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시, 관계를 꿈꾼다.

글은 단지 시트콤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이는 관계의 상실을 겪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각자도생의 사회에 적응하느라,
사람을 잃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고,

그래서 너무 쉽게 잊는다.”
— 밀란 쿤데라


우리는 다시 관계를 꿈꾼다.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기억하고, 정을 나누는 삶을.
그것이 인간다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2025. 7. 21.(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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