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교실을 외면한 교육예산, 무엇이 우선인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로 묻는다. 진짜 중요한 교육예산은 무엇인가?

교실은 더운데, 예산은 멀다.

올여름도 어김없이 덥다.
교실 창밖으로 폭염 특보가 울려 퍼지던 날, 한 학교 교무실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

“오늘도 오전에 잠깐 에어컨을 켰다가 꺼야 할 것 같아요.”
“운영비가 빠듯해서요. 전기요금 초과하면… 나중에 문제될 수 있으니까요.”

교장, 교감, 행정실,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지만, 결국 결론은 같다.
예산 교부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지만,
설사 예산이 있더라도 정작 쓸 수 없는 구조가 더 큰 문제다.

운영비는 한정되어 있고, 목적사업비는 손댈 수 없으며, 냉방비는 후순위다.

우리는 늘 예산을 가지고 씨름한다.
그런데 정작 교육의 중심에 있는 학교는 예산을 '받는 곳'이지, '정하는 곳'이 아니다.


예산은 ‘편성’보다 ‘철학’이다.

교육예산을 둘러싼 수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교육예산은 104조 원.
그 중 대학 등에 지원하는 예산을 제외하고

국가가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2.3조 원으로 숫자만 보면 풍족해 보인다.


그런데 교실은 왜 여전히 숨이 막힐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예산이 실제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방식으로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냉난방비, 교육과정 운영비, 교재교구비, 기초학력 보장 사업비 등은 ‘소소한 일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소함’이 교실을 살린다.
그런데 예산 구조는 늘 거꾸로 간다. 전시성 사업, 국가 시책 사업, 교육청 역점사업, 평가용 실적 사업은 먼저 배정되고,
아이들의 수업에 당장 필요한 것은 늘 “학교 자체 해결”로 밀린다.

예산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는, 결국 철학의 문제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디쯤 반영되고 있는가?

예산 편성 시즌이 되면 학교로 온갖 수요조사 공문이 내려온다.
그러나 종종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적어봤자, 어차피 위에서 정한 예산으로 내려오잖아요.”
“이미 틀이 다 정해져 있어서, 현장 의견은 형식적인 수준일 뿐이에요.”

물론 담당자들도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예산이 이미 정해져 있고, 대부분 목적사업비로 구획되어 있다면,
학교는 자신들의 교육과정과 실제 상황에 맞게 예산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가 없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장 의견 수렴은 '절차'는 될 수 있어도, '반영'은 될 수 없다.


진짜 중요한 예산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는 일이다.


무엇이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가?

어떤 예산이 수업의 질과 안전을 직접 바꾸는가?

이 예산은 교사와 학생의 하루를 얼마나 개선하는가?


예산은 ‘우선순위’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결국 '사람에 대한 태도'로 이어진다.


예산 구조, 이제는 다시 짜야 한다.

지금의 학교 예산 구조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1년 단위 편성, 용도 제한이 강한 목적사업비 중심,

실적 보고에 치중된 정산 시스템 속에서,

학교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이제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단순히 예산의 금액이 아니라,

예산을 바라보는 구조와 운영 방식이다.


진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의 수업, 건강, 안전에 직결되는 항목은

반드시 최우선으로 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불용을 줄이고 실제 수요에 맞춘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보다 유연한 예산 편성과 항목 간 전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는 단순한 집행 기관이 아니라,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지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는 교사의 목소리, 학부모의 제안, 학생의 실제 경험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예산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한다.

예산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견디는 교실이 아니라, 꿈꾸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예산이 있어야 한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더 이상 슬픈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예산의 방향을 다시 사람에게, 아이들에게 돌려야 한다.

수업을 중심에 두고,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첫 번째에 놓고,
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구조.
그게 바로 예산의 온도를 바꾸는 일이다.


예산을 보면, 교육의 방향을 알 수 있다.

학교는 정책의 말단이 아니다. 교육의 시작점이다.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하지 않는 예산은 방향을 잃는다.
예산은 배분 이전에 질문이어야 한다.

“이 예산이, 누구에게, 어떤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가?”


교실의 온도를 바꾸려면,
예산 구조의 경직된 온도부터 떨어뜨려야 한다.
뜨겁고 딱딱한 구조를 넘어서,
유연하고 따뜻한 교육예산이
이제는 필요하다.


2025. 7. 25. (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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