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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깊어가고, 내일은 또 온다

늦은 밤, 새로운 나를 준비하는 시간

낮의 분주함 끝에 찾아온 고요한 새벽

새벽 2시 53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안도감보다, 왜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가슴에 남는다. 하루 종일 밀려드는 일에 치이고, 그 와중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보고와 계획을 챙기며 정신없이 보냈다. 교육청 근무의 마지막 길목, 한 걸음 한 걸음이 유난히 무겁다.

선배들의 전직은 어쩐지 평온하고 단순해 보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학교 민원이라는 날 선 현안을 떠안은 채, 나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족의 밤, 가장의 책임

밤늦게 귀가해도, ‘가장’이라는 이름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오늘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챙길 게 많았다. 가족과 몇 마디 나누고,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고, 머릿속에 엉켜 있던 일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되어 있었다.

피로가 밀려오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신이 말갛다. 낮 동안 누적된 긴장과 감정의 매듭이 하나씩 풀리며 묘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이 조용한 새벽,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오늘 하루의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


나는 왜 글을 쓰게 되는가?

가까운 동료들은 요즘 내게 “이제는 작가다”라고 농담 섞인 칭찬을 건넨다.
그 말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조금 서글펐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이 많다는 것이고, 세상을 민감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몸은 지쳐도, 마음은 여전히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 나는 쓰고, 정리하고, 나를 들여다본다.

바쁘고 고단한 날일수록 글은 더 잘 써진다.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이고, 시간이 부족할수록 오히려 마음이 더 명확해진다.
그건 어쩌면 내 안의 고요한 치유, 그리고 살아 있다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틈, 정신의 공백이 글로 메워질 때,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학교로 돌아간다는 것

9월부터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6년 만이다. 그동안 교육청에서 네 번 기관이 바뀌었고, 아홉 번이나 업무가 바뀌었다. 인사 이동이라는 단어는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번엔 다르다.
‘학교’라는 공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묘한 감정을 불러온다.

오늘, 근무할 학교에 잠시 들렀다.
아이들의 밝은 미소는 따뜻했고, 선생님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그 일상의 풍경을 보며 문득, 내가 얼마나 이 ‘학교의 온기’를 그리워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설기도 했다.
이젠 교감이라는 새로운 역할로, 새로운 시선으로 그 안에 서야 한다.
몇 년간 현장을 떠나 있었기에 느껴지는 거리감, 그리고 책임감.
모든 것이 새롭고, 그래서 조심스럽다.


이제는 나의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

나는 늘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살아왔다.
평가를 의식하고, 눈치를 보고, 말을 아끼며, 조심스럽게 하루를 채워왔다.
그런 내 모습이 이제는 답답하고 버겁게 느껴진다.

학교에 나가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신념에 집중하고 싶다.
물론 교감으로서 맡은 역할에는 충실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삶의 균형을 조금 더 지켜가고 싶다.

사람들은 말한다. “진짜 그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겠어?”
나도 그 답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나의 방향

언제부턴가 나는 바쁘다는 말로 나를 잊고 살았다.
삶이 내게 쏟아낸 요구를 버티느라, 정작 내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놓쳐버렸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다시 내 마음의 핸들을 잡으려 한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순간에 숨을 쉬는지, 다시 짚어보려 한다.

전직이라는 전환점은 새로운 시작이다.
하지만 그 시작 앞에서 나는 불안하고, 허전하고, 한편으론 설렌다.
그 모든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껴안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나를 위한 진짜 배려일 것이다.


하루를 보내며, 그리고 하루를 감사하며

바쁘고, 치이고, 피곤한 하루였지만
돌아보면 참 많은 감정을 느꼈고,
많은 생각을 품었다.

때론 너무 지쳐서 아무 말도 하기 싫지만
그런 날도 결국엔 나를 만든다.
어느 날의 눈물도, 어느 날의 분노도
지나고 보면 삶의 중요한 조각이 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새벽,
나는 오늘 하루에 고맙다.
지치도록 열심히 살아낸 나에게 고맙고,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밤은 깊어가고, 내일은 또 온다

이 새벽의 고요함이 좋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가장 안쪽을 살펴보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일로 정신이 없을지 모르지만
오늘을 충분히 살아냈으니,
나는 괜찮다.

이 밤이 지나면, 또 새로운 하루가 올 것이다.
그 하루를 다시 후회 없이 살아내기 위해
지금 이 고요를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오늘 하루, 참 고마웠다.
그리고 나 자신, 정말 수고 많았다.


2025. 8. 20.(수)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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