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다시 교육을 생각하다
언제부터였을까. 밤이 깊어질수록 더 또렷해지는 정신.
잠은 오지 않고, 눕는 것조차 피곤해져 책상 앞에 다시 앉는다.
스마트폰을 뒤적이다가 결국, 손이 키보드로 향한다.
그저 감정을 털어내려는 몸부림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어떤 교육자가 되고 있는가?"
겉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다.
교육청 장학사로서의 시간을 잘 마무리했고, 꿈꿔왔던 교감 발령도 받았다.
가정도 안정적이고, 큰 어려움 없이 전환기를 맞이했다.
심지어 다시 운동도 시작하려는 결심도 섰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다.
설명하기 힘든 무력감과 답답함이, 마치 벗어나려는 몸을 다시 붙잡는다.
객관적인 상황은 안정인데, 내면은 정반대다.
바로 그 간극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요즘 나는 ‘낯설게 보기’에 빠져 있다.
늘 당연하듯 반복되어온 관행,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제도들,
그 안에서 아무 말 없이 따르던 나 자신까지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신문에 칼럼도 기고하고, 외부에 생각을 밝히는 글도 쓰기 시작했다.
함께 근무했던 교육청 동료들은 말한다.
"예전 같지 않다",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조심스레 건넨다.
과거 나는 ‘착한 장학사’, ‘표본 같은 공무원’이었다.
순응적이고 말 잘 듣는, 체제에 충실한 사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비판하고, 질문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나를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내 말에 동조하면서도 이렇게 묻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알겠지만, 어차피 바뀌지 않잖아."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지금 교육은 크게 길을 잘못 들어섰다.
입시 중심 사고에 고착되고, 아이들의 다양성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교육은 사회문제를 재생산하고 고착화하는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위기가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 상태다.
마치 천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변화는 오지만 우리는 무감각하다.
‘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바꾼다’는 체념,
‘누군가 하겠지’라는 무기력.
이 시대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이 체념일지도 모른다.
요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혁신을 혁신하자”이다.
지금까지의 혁신은 과거의 문법 속에서 이뤄졌다.
문제의식도, 해결책도, 시도조차도 낡은 틀 안에 갇혀 있다.
하지만 교육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지금의 눈으로 교육을 다시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사는 세계는 달라졌고,
세상의 흐름은 더 빨라졌으며,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이전과 다른 욕구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깨어 있는 교육자’만이 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깨어 있음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전의 나와 거리 두기,
기존의 체제와 다르게 말하기,
낯선 길로 한 발 더 나아가기.
교육은 더 이상 소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모든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나는 교육청 장학사라는 행정적 위치에 있었다.
내 말 한마디가 오해받을까 조심했고, 공무원의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속으로만 삼켜야 했던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로 돌아간다.
교육자로서 다시 시작하는 지금,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입시제도는 정치와 연결되고, 교육정책은 입법과 연결된다.
교원의 정치적 참여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나는 단지 ‘불만 많은 장학사’가 아니다.
교육을 사랑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한 사람의 교육자다.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고,
아이들이 제도의 빈틈 속에 방치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나의 목소리가 크지 않더라도,
나의 글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작은 파문이 되어 누군가의 생각을 흔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교육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에서 출발하는 여정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질문할 시점에 와 있다.
불면의 밤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밤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다.
나는 오늘도, 다시 글을 쓴다.
변화를 믿기에,
그리고 교육을 여전히 사랑하기에.
2025. 8. 23.(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