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폄하 논란을 넘어, 공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처지를 성찰할 때
교사를 향한 망언, 그리고 그 너머의 질문
최근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이 교직을 “3D 업종”이라 표현한 발언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현장에서 학생 교육에 헌신하는 교사들의 노고를 외면하고, 공교육과 교사의 가치를 폄하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사건은 교육계 내부에서 오래도록 지적되어 온 “교직의 추락”과 “공교육의 위기”를 단편적으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우리는 단순히 분노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 발언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과 교육 현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작동해왔다.
첫째, 교육의 예능화이다. 자극적인 방송과 언론은 특정 일타 강사만을 교육의 상징처럼 부각시키고, 공교육 교사들의 꾸준한 노력과 성과는 가려져 있다. 교사들은 대학원 학위 취득, 다양한 연수 참여,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이런 모습은 사회적으로 잘 조명되지 않는다. 반대로 교권 침해 사건이나 갈등 상황은 자극적인 뉴스로만 소비되어 교사 전체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둘째, 교육의 사법화이다. 학생 지도를 위해 행한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은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도 학교의 권한은 축소되고, 외부 기관 중심의 해결이 강화되면서 교사는 학생 문제를 교육적으로 풀어갈 기회를 잃고 있다. 결국 학교와 교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권한을 회복하고, 무고성 신고나 악성 민원에 대한 단호한 제재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의 행정화이다. 오늘날 학교는 단순히 수업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 건강관리, 안전관리, 교육복지, 방과후학교, 늘봄학교, 동아리, 스포츠클럽, 학부모 교육, 지역 연계 사업까지 사실상 ‘종합 행정센터’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교사가 수업과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논란은 단지 한 인사의 망언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사회는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행정직원, 혹은 공공서비스의 하청인력처럼 취급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교사와 학교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왔는지 냉정히 성찰해야 한다.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고 사교육에만 기대는 풍토를 우리 스스로 용인한 것은 아닌지도 되짚어야 한다. 이 사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교직과 공교육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분노를 넘어, 이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비판에서 멈추지 말고 교직과 공교육을 회복시키기 위한 구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교사의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면책 규정과 근거 없는 민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도입되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활동 과정에서 불필요한 두려움과 위축을 느끼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갖추어야 한다.
둘째, 행정업무의 실질적 분산이 필요하다. 교사가 본연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이나 업무지원센터가 행정업무를 전담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과도한 행정 부담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않는다면, 교사의 전문성은 제자리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
셋째, 공교육의 위상 확립이 필요하다. 공교육 교사들의 성과와 사례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사교육 강사만이 교육 전문가처럼 부각되는 현실을 바꾸고, 공교육 교사들이 학생·학부모와 사회 전체에 신뢰할 수 있는 조언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학교와 교사의 권한 회복이 필요하다. 학교에 책임만 지우는 구조에서 벗어나, 학생 문제와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동시에 유관 기관과 지역사회가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 체계를 갖출 때,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교사의 위상 추락은 단순히 교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의 위기는 곧 학생의 위기이며, 가정의 위기이고,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다. 공교육은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이다. 만약 공교육이 흔들린다면 그 파급력은 가정과 사회 전반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분노로 소비될 사건이 아니다. 교사와 교직의 처우 개선, 공교육의 신뢰 회복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을 때 학생이 행복하고, 학교가 존중받을 때 사회도 건강해진다. 지금이야말로 공교육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2025. 8. 29.(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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