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순직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순직을 외면하는 사회, 교실의 미래도 없다

순직 인정이 유독 낮은 교사들

교사는 경찰이나 소방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러나 순직 인정의 비율을 들여다보면 교사는 현저히 낮은 수치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히 직종 간 차이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교사의 노동을 어떤 무게로 평가하는지, 교사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특히 교원의 죽음은 예기치 못한 사고보다, 장기간 누적된 심리적 고통과 정서적 상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특수성은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재해보상법」 체계는 돌발적이고 물리적인 사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교사의 심리적·정서적 소진과 극단적 선택은 공무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순직 인정에서 배제된다.


증명할 수 없는 고통, 방치되는 유족

무엇보다 순직 인정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은 업무 연관성의 증명이다. 교사의 하루는 수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 상담, 학부모 민원, 생활지도, 끝없이 이어지는 행정업무까지, 교사의 업무는 ‘시간과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누적적·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으로 쌓인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 서류 한 장으로 증명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남겨진 유족은 단편적인 메신저 기록이나 전화 내역에 의존해 증거를 모아야 하고, 그마저도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당하기 일쑤다.

여기에 순직 심사 절차는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불투명하다. 순직 여부를 판단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법률·행정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어, 정작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원 전문가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절차는 복잡하고 심사는 길게 지연되며, 결과는 “인과관계 부족”이라는 문구로 돌아온다. 승인율 자체도 다른 공무원 직군에 비해 낮아, 유족은 슬픔 속에서 또 다른 좌절을 마주하게 된다.

사후 지원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다. 순직 신청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 안내나 증거 확보, 법률 자문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없어, 대부분의 유족은 민간 단체나 개인적 도움에 의존해야 한다. 교사의 죽음이 개인적 문제로 축소되는 순간, 사회와 제도의 책임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교사 순직 인정 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 순직 심의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는 반드시 교육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며, 교사의 업무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사고 여부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교권 침해, 민원 압박, 정서적 외상과 같은 교육 현장의 위험 요인을 순직 판정의 합당한 기준으로 인정해야 한다. 절차의 투명성도 높여 유족이 과정과 결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족 지원 체계 역시 제도화되어야 한다. 교육청이나 국가 차원의 전담 부서를 설치해 행정적·심리적 부담을 덜고, 증거 확보와 서류 작성, 법률 상담과 심의 동행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심사가 장기화될 경우 생활 안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임시 보상이나 긴급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교사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정기 심리검사와 상담 지원, 회복 프로그램은 학교 차원에서 일상화되어야 한다. 또한 업무 과중을 줄이고, 갈등과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교육과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교사의 소진을 막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지 교사의 개인적 복지를 넘어 교육공동체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다.


교사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지 말아야

교원의 극단적 선택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는 교육 시스템이 내는 경고음을 듣지 못하게 된다. 교사의 죽음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교육 공동체 전체의 구조적 실패를 드러내는 신호다.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학교와 교육은 더 이상 따뜻한 배움의 공간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교사의 순직 문제를 교육공동체와 제도의 책임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합의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의 삶과 죽음이 개인의 몫으로만 남지 않고 제도적 보장과 사회적 연대 속에서 존중받을 때, 비로소 학교는 건강한 배움의 공동체로 회복될 수 있다.


2025. 9. 29.(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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