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교감으로, 사춘기 부모로 마주한 7가지 고민과 제언
LG헬로비전 <엄마Q> 프로그램에 출연을 앞두고, 나는 공교육의 대표 교감이자,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으로 앉게 되었다. 주제는 “사춘기 자녀 고민, 함께 해결해드립니다”라는 문장이지만, 사실 이 고민은 너무나도 개별적이고 복합적이다.
학생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친구관계에 따라 사춘기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조차도 완전히 다르게 사춘기를 지나간다. 나의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사춘기 자녀 고민’을 일반화하여 이야기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회의감도 든다.
그러나, 이 고민을 나누고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부모에게는 위로이자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교감으로서 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시선과, 한 사람의 부모로서 겪은 내적 갈등을 담아 ‘사춘기 자녀와 함께 걷는 방법’을 일곱 가지 주제로 풀어보고자 한다.
흔히들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 “이유 없는 반항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이 표현이 청소년기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사춘기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겪는 필연적인 혼란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정해주던 시기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신체적으로는 호르몬의 변화가 크고, 정서적으로는 통제보다 존중을 요구한다.
결국 사춘기는 성인으로 마음이 독립해 가는 과정이지, 일탈이나 반항의 시기가 아니다.
‘사춘기 자녀 지도법’에 대한 책과 콘텐츠는 넘쳐난다. “대화로 풀어라”, “무조건 믿어줘라”, “책을 읽혀라”, “상담을 받아라” 등 끝도 없는 조언들이 있다. 그러나 정보가 넘치면, 방향을 잃기 쉽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더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의 거리’에 대한 감각이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된다.
어릴 때처럼 감정적으로 붙어 있으면 자녀의 독립을 막고, 너무 무심하면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잃는다.
달과 지구처럼,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를 비추고 도는 것이 중요하다.
사춘기 자녀의 변화를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은 “성적”이다.
많은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 “사춘기 와서 애가 공부를 안 해요”, “이러다 성적 다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이 걱정 속에는 과거처럼 자녀의 학습시간과 생활을 통제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자녀의 자율성 회복을 가로막는 행동일 수 있다.
공부든 생활이든, 자녀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보게 해야 한다.
그 실패조차도 아이의 성장 과정이며, 부모는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춘기 자녀가 친구에게 너무 의존한다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자립의 신호다.
청소년은 이 시기에 부모와 교사라는 ‘기존 양육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또래 집단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작은 일탈, 패션 실험, 말투의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어색하고 서툰 친구관계 속에서도 동등한 관계 맺기의 기술을 배우는 중이다.
사춘기 청소년의 행동을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외모에 신경 쓰고, 옷을 튀게 입고, 말을 거칠게 하는 행동들을 “버릇없다”, “태도가 나쁘다”고 단정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성인이라면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청소년에게는 문제로 여겨지는 모순된 잣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사춘기는 개성의 표현이 활발해지는 시기이며, 그 행동이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면 존중받아야 한다.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청소년’, 곧 성인에 가까운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20세에 왕이 되었고,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10대 후반에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는 21세기 한국에서조차 사춘기 자녀를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어려서”, “아직 잘 몰라서”라는 말로 자율성과 책임감을 유예시킨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 부모가 뒤에서 손을 잡아주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은 그 손을 떼야만 아이는 혼자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이 자전거 타기이듯, 실패 속에서 배우는 것이 성장이다.
우리는 자녀가 한 번도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손을 놓지 못하고, 그게 오히려 아이의 자립을 막는다.
결론적으로, 사춘기 자녀 양육에 정답은 없다.
자녀는 어느 날은 어른 같고, 어느 날은 너무 미숙해 보인다.
감정 기복도 크고, 충동도 강하지만, 그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기다.
그 시기를 지나가는 자녀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너를 믿고 기다릴게”라는 메시지다.
지금은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봐주는 시간이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과 기다림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부모의 존재감을 가장 깊이 새기는 순간일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교감으로서의 이성과 부모로서의 감정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자녀의 사춘기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의 시작은, 부모가 자녀의 삶에서 ‘너무 많이 개입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늘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사춘기를 겪는 자녀에게 가장 큰 울타리이자 사랑의 방식이 아닐까.
2025. 9.1.(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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