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by 문정

신화같은 내러티브가 담긴 종목은 주가가 오르기 쉽다. 일례로 자율주행과 로봇, 화성 이주와 같은 이야기는 '테슬라' 신화의 대표적 내러티브다(그 이야기의 믿음이 깨질 때 주가도 함께 와장창 무너진다). '황우석 효과'와 같은 바이오 주에 대한 환상도 결국 내러티브에서 시작되며, 흔히 테마주, 급등주, 급락주에서 바이오 주는 빠지지 않는다.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란 책으로 많은 매체에 출연한 한 살인자는 사람들에게 먹히는 일종의 '동정' 내러티브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가여운 가장의 모습으로 각종 후원을 받아 오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추악한 실상이 언론에 드러나자, 마지막까지 자신 때문에 고통 받았던 가족을 오히려 자신의 죄를 희석시키기 위한 내러티브로 이용했다.


'Since 1937'과 같이 의류나 차 등 상품 상표에 연도가 붙은 표기는 상표법 또는 실무상 해당 연도가 정확한지 심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실제가 아니더라도)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내러티브를 품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그러한 표기가 이용되곤 한다.


조선 후기에 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하는 사람들을 '전기수'라고 불렀다. 이들은 청중들에게 한글 소설이나 삼국지, 수호전 같은 중국 소설 등을 읽어주었다고 알려져 있는 데, 이야기의 중요한 장면에서는 말을 끊고 침묵을 지키다가 청중들이 내는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읽어주었다고 한다(이를 요전법이라고 불렀다).


단순한 사실을 넘은 의미의 부여.

복잡한 현실을 정리하는 도구.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의 제시.

게다가 사람들의 흥미와 주목을 불러일으키는 내러티브는 깊은 매력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 내러티브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instant, flash 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내러티브는 너무나 순간적, 일시적으로 우리를 빨아들이고 또 이용하고 사라진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개인과 사회의 소중한 가치들을 거짓된 내러티브와 함께 잃어버리지 않도록, 때로는 그 진실을 들여다보아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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