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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습관 Aug 11. 2024

덜어낼 때 더 좋은 제품이 된다

8년동안 기획하며 느낀 좋은 제품을 만드는 4가지 질문

. 좋은 제품을 만드는 4가지 질문

이것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다. 자꾸 더 많은 기능을 더하고 싶다. 하지만 기능이 많다고 고객에게 좋은 제품이 아니다. 디자인은 기능을 따르기때문에 기능이 추가될수록 제품의 디자인은 더 복잡해지고 사용성이 떨어진다. 마치 안쓰는 버튼으로 가득한 리모콘처럼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기능을 자꾸 추가하기보다는 덜어내는데 집중해야한다.


IT 기획자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물 제품을 기획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돌아보면서, 제품을 기획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하는지 4가지로 정리해봤다.


1.내가 느끼는 문제인가, 고객이 느끼는 문제인가?

내가 잘 아는 영역일수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문제라고 느끼는 것을 고객도 똑같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다. 나의 생각과 고객의 생각을 구분해야 한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넣은 기능이 고객을 오히려 불편하게 하거나 전혀 쓰이지 않을 수 있다. 기능은 실제로 쓰여야 의미가 있다.


23년 7월 필유어데이 다이어리를 출시하고, 다이어리 ver2를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다이어리를 쓴 패턴을 정리해보니, 주말 투두리스트가 많이 비어있었다. 그래서 개선을 할 때 당연히 주말영역을 한 영역에 통합해서 공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객 인터뷰를 해보니, 고객이 느끼는건 달랐다. 평일에는 바빠서 주말에 개인일을 몰아서 하기도 했고, 스케줄 근무자는 주말이 평일이었고, 여유로운 주말에 더 많은 기록을 하는 고객도 있었다. 오히려 주말에 충분한 공간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했던 문제와 고객이 느끼는 문제가 너무 달랐다. 그래서 주말 페이지 영역을 줄이지 않고 기존처럼 유지하기로 했다.


[1번째사진] 바꾸려고 했던 버전 / [2번째사진] 기존 버전




2.고객이 중요하게 느끼는 문제인가?

제품을 출시하고 나면 고객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다. 고객이 느끼는 문제는 그 정도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는데, 크게 4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 꼭 필요한 것

- 중요한 것

- 있으면 좋은 것

- 상관없는 것


중요도는 제품의 목표에 따라서 달라진다.고객 피드백 중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노트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루에 메모, 일기를 길게 쓰거나 독서노트를 쓰고싶은데 페이지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이어리의 페이지수는 한정되어있었고 선택이 필요했다.


프리노트를 추가하게되면 기존의 장점이 사라졌다.

1.목표관리, 일정관리하는 페이지를 줄여야했고

2.위클리로 전체 일정을 한 눈에 모아서 볼 수 있었는데, 데일리 페이지가 많아지면 어려워지고

3.페이지수가 늘어나서 무게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다이어리의 타겟이 일기를 많이 쓰는 대상이었다면 중요도가 높기때문에 프리노트 페이지를 더 많이 늘렸을 것이다.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쓰고싶은만큼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겟이 목표관리를 하고 싶은 대상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프리노트를 추가하는 것은 "있으면 좋은" 요구사항이었다. 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려면 다른 장점들이 사라지기때문에 현재 제품으로 그 문제를 푸는것보다는 다른 제품을 제작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설문을 하면서 고객의 다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고 새로운 제품을 제작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고객조사] 필유어데이 사용목적


[고객조사] 필유어데이 사용목적




3.모든 사람의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없다. 기준이 무엇인가?

2번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람마다 중요하게 느끼는 문제가 다르다. 모든 사람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제품이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컨셉에 맞게 기준을 만들어야한다.


3개월, 6개월, 1년 다이어리?

지금 6개월 다이어리로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님들이 3개월, 1년 등 다양하게 요청해주셨다. 요청해주신 목적은 다양하다.


3개월은 다이어리를 더 가볍게 들고다닐 수 있고 3개월이라서 쓰는데 마음의 부담이 적다.


1년은 일년을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고 일년에 한 번만 사도 되서 가격적인 부담이 적다.


6개월은 쓰는데 부담스럽지 않고 무게도 적당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3개월은 가격적인 부담감이 높아지고, 1년은 제품 자체가 너무 무거워진다.


3개월, 6개월, 1년 모두 만들 수 없기때문에 기준을 정해서 선택해야했다. "언제든지 들고다니면서 부담없이 쓸 수 있다"가 내가 제공하려던 가치였기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은 줄이면서 무게도 충분히 가벼운 6개월 다이어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드커버, 소프트커버?

현재 필유어데이 다이어리는 소프트커버로 제작하고 있다. 개인의 선호에 따라 하드커버를 선호하는 고객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소프트커버여서 가볍고, 펼침성이 좋아서 좋아하는 고객님들도 많았다. 하드커버로 제작하게되면 가벼운 휴대성, 펼침성의 장점이 사라진다. 제품 방향성에서는 소프트 커버가 더 맞았다.


더 가벼워서 부담이 없고

펼침성도 더 좋아서 쓰기 좋고

커버를 만졌을 때의 부드러운 촉감이 (목표를 가졌을 때의) 설레는 감정을 주고 쓰는 마음의 부담도 줄여준다.

2번: 하드커버, 1,3,4번 소프트커버


제품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에 따라서 기준은 달라진다. 제품의 목표가 있을 때 기준이 생기고 일련의 일관성있는 선택을 해나갈 수 있다. 목표가 없다면 서로 상충되는 선택을 하거나 제품이 점점 모호해질 수 있다.


제품에서 주고싶은 목표를 정하고 내가 고객에게 주고싶은 가치와 고객이 느끼는 문제의 교집합을 찾아 선택해나가야 한다.




4.고객의 진짜 목적지가 어디인가?

사람은 솔루션 위주로 생각한다. 문제 A가 발생하면 A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가, 나, 다부터 생각한다. 솔루션에 집중하다보면 원래 문제였던 문제A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고객의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말하는 요구사항이 아니라 고객이 이 제품으로 해결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문제에 집중해야한다.



레고가 파산 위기에서 극복한 방법

2004년, 레고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내고 파산 위기에 빠졌다. 그래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고, 그대로 제품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고객이 말한대로 만들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 아이들의 요구사항

"반짝이고 소리가 났으면 좋겠어요"

"가지고 놀기 쉬운 장난감을 갖고 싶다"


- 솔루션

복잡한 레고 대신에 로봇, 인형처럼 좀 더 화려한 장난감을 만듬


실패하고 나서 레고는 관점을 변화시켰다.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지가 아니라(솔루션이 아닌), 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가?(문제)에 집중했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한 결과로 제품을 만들었고 그 이후 10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뭐가 달랐을까?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목적에 집중해보니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 이를 자랑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화려한 장난감이 아닌 조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고, 결과는 앞에서 말한대로다.


고객의 목적 찾기

고객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볼게 아니라, 고객이 어떤 이유로 제품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고객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다이어리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1.고객은 왜 3개월 다이어리를 원했을까?

6개월 다이어리는 페이지수가 많기때문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무게일 수 있다.


- 요구사항: 3개월 다이어리 만들어주세요.

- 고객의 목적은?

1) 문제상황: 다이어리가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 부담스럽다.

2) 목적: 더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 편했으면 좋겠다.


목적을 정의하면 다양한 솔루션이 보인다. 3개월이 중요한게 아니라 가지고 다니기 편하면 되는 것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기존 용지를 가벼운것으로 바꿀 수도 있고 더 간단하게 양식을 바꿔서 페이지를 수를 줄일 수도 있다. 꼭 3개월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2.왜 하드커버를 원했을까?

- 요구사항:하드커버로 만들어주세요.

- 고객의 목적은?

1) 문제상황: 소프트커버는 약해서 다이어리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 같다. 커버가 더러워지는게 싫다.

2) 목적: 다이어리가 훼손되지 않고 상태를 유지해서 깨끗하게 쓰고싶다.


하드커버가 소프트커버보다 내구성은 좋지만 소프트커버도 내구성이 충준히 좋다. 소프트커버는 물에 젖지도 않고 종이 표지처럼 찢어지지도 않는다. 강한 압력에는 약하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강한 압력을 가할일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점을 고객은 모를 수 있다. 상세페이지에 소프트커버가 내구성이 좋다는걸 추가해서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또는 다이어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이어리 커버를 만들 수 있다. 꼭 하드커버일 필요는 없다.


고객의 목적을 정의하면 솔루션이 달라진다

요구사항을 그냥 그대로 제품에 반영하다보면 제품이 산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건 정말 고객이 원하는게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요구사항을 보고 고객의 문제상황, 목적이 뭔지를 더 깊게 질문하다보면 고객의 처음 요구사항과는 전혀 다른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좀 더 들여다보자. 해당 개념은 JTBD (Job to be done)으로 많이 소개되는 개념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품/서비스를 고용한다는 것이다. 꼭 한 번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참고

- <책, 할일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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