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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벌새 Apr 21. 2023

나는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가?

가치관이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거창하여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보이는 데 그중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건, 내가 가장 중시하는 건 무엇일까?


그래서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가?


나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싫다. 마음의 꾸러미가 자기로 가득 차 있어 타인에게 눈빛 한 번 건네지 못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기승전 자기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공감받지 못해 공감할 수 없으며, 때문에 소통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때때로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 깊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기도 한다. 실상은 ‘나의 친절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는 통제욕구[1]'가 작동할 뿐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우당탕탕 현대 사회를 살아내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를 좀 봐달라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소리 지르는 세상인 까닭이다.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특별함을 강요하는 광고에 현혹되어, 드라마와 영화가 교묘히 미화한 영상이 삶의 교본이라 착각하며 그렇게 귀 막고 입만 뚫린 채 우리는 서로에게 외친다. “너와는 다른 나의 특별함을 봐줘!!!”


난 왜 이들을 싫어하는 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 사람을 통해서 내 못난 모습을 보기 때문. 주변의 소음 제조기들로부터 나의 상처를 본다. 능력주의 사회의 모순에 허우적대며 존재 자체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무언가를 잘하고 남들보다 잘남’으로써 사랑을 갈구하는 내 모습을 본다. 나로 가득 차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타인이 내 삶을 재단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벗겨 놓은 무신경함을 본다.


미워하는 그들을 동정하는 한편 스스로에 다짐한다. 나를 따뜻하게 돌봄으로써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소통과 공감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자고.


          

[1]나예랑,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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