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속을 풍덩풍덩

by 김벌새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풍덩풍덩

-조용미, 「격벽」


슬픔도 마찬가지다. 슬픔에서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려면 슬픔 속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풍덩풍덩.

그리움과 아쉬움이 섞인 슬픔에 흠뻑 젖어 유영하다보면 슬픔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까.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욕망과 아름다움이 잠복해 있다 우리를 다치게 한다

-조용미, 「금몽암」


그러나 내가 침잠해 있는 이 슬픔 속에는 무수히 많은 욕망과 아름다움이 들어올 틈이 없다.

나와 슬픔만이 존재한다.

욕망에 휩싸여 경주마처럼 시야가 차단된 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슬픔 속에서만큼은.


요란스럽고 왁자지껄한 일상 속에서 어느틈에 이 슬픔이 비집고 들어와 앉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리운 사람을 처음 만났던 날씨가 오늘의 날씨와 비슷해서인지

아니면 배경음처럼 들리던 노래 가사가 갑자기 마음에 박혀서인지

......



" What does it mean to regret when you have no choice? It's what you can bear. And there it is.... It was death. I chose life. "


존재의 상충은 비겁한 이별을 낳고, 비겁한 이별은 남겨진 이에겐 위태로움과 떠난 이에겐 후회만을 남긴다.

그러나 디아워스 속 줄리안 무어의 말마따나 이제와서 후회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인 걸까?


이 슬픔 속을 헤엄친 끝엔

죄와 벌이 가득했던 세계(과거)와의 이별이 있을지어다.

풍덩풍덩

찰박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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