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해석이 재미있는 점

[문영의 생각들] 작성일: 2024/10/17

by 문영


오늘도 평범한 출근길, 문득 <나는 신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길에는 합류구간이 세 개가 있는데, 신호에 따라 내가 편하게 합류할 수도 있고 고개를 돌려서 끼어 들 타이밍을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세 개의 합류구간을 지나며 한 번도 차가 오나 안 오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네? 그런데 어제도 그랬던 것 같은데...? 나는 사회과학 전공생답게도 내가 <정말로 신호 운이 좋은지>를 검증하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


그래서 그 날부터 약 2주간 이 빈도를 기록했다. 신호 운이 좋아 편하게 통과하였으면 O, 그렇지 않았다면 X로 기록하고, 세 개의 구간이 있으니 예컨대 월요일 OOO 화요일 OOX 수요일 OOO 이런 식으로... 기호가 몇 개 쌓이니 확실히 O의 빈도가 높게 보인다. 여기서 멈출 수 없는 나는 정확한 확률이 궁금했고 그 구간을 지날 때마다 신호를 예의주시한다. 그 결과 각각의 신호길이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현실적으로 출근시간에 차를 멈추고 타이머 잴 수는 없으니까) 1구간은 2/3, 2구간은 2/3, 3구간은 1/2의 확률로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 이게 연속될 확률은 (2/3)(2/3)(1/2)이니까, 22.2% 밖에 되지 않는다! 대단하군! 사실은 이런 뻘짓을 하기 전에, 아니 이렇게까지 뻘짓을 할 거면 '신호 운이 좋다'의 조작적 정의(추상적이어서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을 측정가능한 형태로 정의한다는 뜻)부터 내리고 출발했어야 했는데...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나는 출근한다. 오늘의 신호 운은? XXX이다. 오늘도 계산해볼까? 세 구간에서 모두 차가 오나 안 오나 살펴야 하는 확률은, (1/3)(1/3)(1/2)가 되는 바, 단 5.6%이다.


사실은 XXX가 더 희박한 확률(0.056)이기에 오늘이 더 특별한 것인데 나는 OOO의 현상과 그 확률에 집중하였다(0.222). 사회과학이 재미있는 점이 여기에 있고 삶이 재미있는 점이 여기에 있다. 나에게 긍정적이며 관심있는 것에 집중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비유컨대 횡단보도 빨간 불 앞에서 기다렸던 시간이 그렇게 길지만, 걸으면서 타이밍 좋게 초록 불을 마주한 순간을 <나이스 타이밍>이라며 기억한다. 나 또한 합류구간을 편하게 통과해 온 확률이 0.222의 (모두 불편하게 운전해야 할 확률보다) 비교적 높은 확률이라고 하더라도... 22.2% <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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