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영상을 안 보여주는 이유

회색인간의 육아기록

by 문영

작성일: 2024. 6. 22. (남아 17개월)


우리 집 아기는 17개월, 여태껏 작정하고 미디어를 보여준 적이 없다. 외식할 때도, 차에서 집에서 난리 칠 때도 나는 단 한순간도 뽀로로나 핑크퐁 따위 영상을 보여줘야겠단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내가 영상을 보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린이 장난감 소리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면 불편할 때가 많은 청각과민종자라 인스타 릴스도 소리 없이 볼 때가 많고. 딱히 아기에게 발달상 문제가 생길까 봐 안 보여주는 건 아니고 내가 싫으니 안 틀게 된다. 많은 글에서는 엄마도 영상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고 하던데, 시끄러운 원색의 영상이 나오는 걸 앞에 틀어놓고는 내가 밥을 못 먹어. 눈앞에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환경에서는 밥이 안 넘어갈 것 같다고... 차라리 아기를 안고 어르고 달래다 나는 다섯 숟갈만 먹고 밥값을 결제하는 게, 밥상머리에서 유튜브 틀어놓고 밥 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것이다.


최근 남편이 겪은 일인데 애한테 영상을 안 보여준다고 하니 <융통성도 없이 바르게만 기르려고 애쓰고 고생하는 부모> 취급을 하며 시간을 정해놓고 보여주면 된다는 일장연설 가르침을 겪었다고 한다. 물론 나도 집에 티비 안 틀고 그림책이나 본다는 얘기를 했다가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 있고. 당시에 큰 소리로 외치지는 못했지만 여기에다가 겨우 외쳐보는 말... 아이에게 미디어 노출을 안 시켜서 대단한 영재를 만들려는 게 아니고 영상 보고 있으면 내가(어른이) 대가리 아프다고. 다른 집 가서 tv가 켜져 있으면 주의가 분산되면서 에너지가 들고 기가 빨려 다른 데 집중을 못 하겠다고. 그리고 사람들에게 차마 말하지는 못했지만 여기에다가 말해보는 것. 나는 속물이라(snob) 여러 콘텐츠들이 왜 재밌는지 이해도 공감도 할 수 없겠던데...? '아는 형님'이나 '나 혼자 산다' (아는 프로가 없어서 방금 네이버 검색하고 옴) 따위를 인스타에서 짧게 본 적은 있는데 그 작위적인 연출이나 우스꽝스러운 자막 같은 것들에 공감 못 하겠더라. 그래서 내 선택지에는 tv 보기가 없다. 내가 심즈 캐릭터가 된다면 나를 눌렀을 때 <tv 채널 돌리기> 행동이 활성화가 안 된단 말이야.


장황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요약컨대, 나는 뭐 딱히 정신 건강해지려고 또는 아이를 미디어 노출시키지 않고 책 육아 따위를 하는 것이 아니고 진짜 tv를 싫어해 내가 안 보는 것일 뿐이란 걸. 내 인생에 한 번도 tv를 본다고 시간을 쓴 적이 없다는 사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드라마나 예능 등을 챙겨본 적이 없다는 걸. 타인이 tv 본다는 데 내가 대놓고 tv는 도움도 안 되고 어쩌고 조언 안 하잖아? 아, 저는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몰라요 헤헤 머쓱해하고 멋쩍어하고 말지... 우리 집 아기도 그러려나? 몇 년 후 유치원 가서 티니핑이 뭔지 몰라서 시진핑이 뭐야? 그러고 눈새 취급을 당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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