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일기] 작성: 16/05/22 수정: 25/06/19
* 2012년(만 21세)부터 2018년(만 28세)까지 경험했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일기 시리즈
* 아래 글의 최초작성일은 16/05/22, 만 25세 때이고 라이더 에피소드이다.
Y아파트에 갔다. 벨을 누르고 쭈그려 앉아서 배달 가방을 열고 있는데 현관문이 금방 열리길래 바로 일어나서 주문내역을 친절하게 읽어드렸다. 자의식 과잉은 아니고 나는 상당히 친절한 편임. <무엇 세트 몇 개, 무엇 세트 몇 개, 단품 무엇 주문하셔서 총 얼마입니다>말씀드리니 손님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더라. 약 5, 60대 정도로 추정, 약간 후줄근한 민소매 옷, 남성이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왜 음식을 주지도 않고 돈부터 쳐 받으려고 하냐!> 약간 욕을 하고 짜증을 내면서 집 안으로 그냥 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아내분인지 자녀분인지(당황해서 기억도 안 남) 굳은 표정으로 나와 아무 말 없이 카드를 내밀어 아무튼 계산은 바로 하고... 음식을 드린다. 맛있게 드시라는 말은 갈 곳을 잃은 채 현관문이 닫히고 만다.
내가 오늘은 왜 이렇게 당황했고 이걸 글로 남기나? 바로 몇달 전, 같은 Y아파트에서 다른 손님이 현금 세고 있는데 햄버거 봉투를 먼저 드렸다가 <돈도 안받고 음식부터 주면 어떡하냐! 내가 이걸 받고 바로 문 닫으면 어떡하려고?> 분명 농담이 아니라 짜증을 낸 적이 있었어서 나는 그 날 이후부터 주로 현관 밖에서 계산부터 해 놓고 음식을 준다. 문이 열리면 <안녕하세요, 맥도날드입니다. 승인에 시간 조금 걸리니까요, 카드부터 그어 놓겠습니다>하고서 승인이 되어 영수증이 출력될 때까지 제품을 현관 앞에 놔준다. 현금 결제면 잔돈을 먼저 계산해 드리고 그 잔돈을 주머니에 쑤셔넣는 등 손님 손이 자유로워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봉투를 준다. 그런데 오늘은 돈 먼저 받으려 한다고 화를 내면 나는 무얼 해야 하는거냐고... 결제행위랑 음식 주는거랑 동시에 이뤄질 수가 있냐? 왼손으로는 카드 받고 오른손으로는 봉투 내미는 상상하면서 매장으로 돌아와 저 에피소드를 말해준다. 전업 라이더들은 깔깔 웃더니 나이 많은 손님들한테서는 종종 있는 컴플레인이라고. 나는 대 충격. 그게 몇 초의 차이라고 돈을 먼저 내는게 왜 기분이 나쁘게 되는거지? 어차피 낼 거잖아? 나 진짜 친절하게 얼마라고 공손하게 대가리 조아렸는데? 뭘 알아야 고칠텐데 고칠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수년 전 해물탕집 알바 할 때(나는 여기서 3년간 일했음) 내가 세팅하는 것을 돕는답시고 쟁반에 놓인 도자기 그릇을 내려놓으려고 하길래 <아유 무거우니까 제가 놓아 드릴께요> 했더니 정말 불같이 화를 낸 여성분이 있었다. 옆에 자녀도 둘이나 있었는데 그 애들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조금 익숙하다는 듯 태연했었지. 방금 그 늙은 남자 대신 계산해준 여자도 그렇고... 그들의 공통점은 뭘까? 자기가 하려고 했던 행동들(예, 햄버거 먼저 받기, 김치 그릇을 자기가 내리기)이 그 어떤 호의나 이유에서건 막히니 그냥 성질을 내는거다. 많은 글에서도 고찰하고 있지만 이것은 내가 분명히 맥도날드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럴 것 같다.
그건 그렇고 7번 바이크 엔진과 핸들이 너무 털려서 어이가 없었음... 하루종일 부들부들부들부들 이러면서 다녔음... 부들부들부들부들부들부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