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가장 외진 곳 창고를 개조해 사무실을 만들었다. 아직도 정리가 덜 된 탓에 주변에 풀이 무성하다. 누군가에겐 엄폐물로 활용하기 안성맞춤이다. 결국 일이 터졌다.
야산 위에 조성된 농장이라 주변에는 잡목과 풀이 주인행세를 한다. 가꾸지 않으면 천지분간이 어려운 순수 야생이 된다. 어디라고 그렇지 않겠냐만 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함을 익히 알기에 틈나는 대로 사무실 주변을 부지런히 정리한다. 나름 깔끔을 떠는 성미라 25톤 트럭으로 자갈을 받아 평탄작업도 하고 꽃밭도 조성했다. 그래도 방치된 곳이 남게 마련이다.
사무실 동쪽으로 조그만 터가 있다. 자갈을 깔기도 밭으로 만들기도 애매한 위치다.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잡초가 지천이다. 이놈들은 퇴비도 물도 필요 없다. 생육도 왕성하다. 벌써 가슴 높이까지 자란 놈도 있다. (그래서 잡초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사람들 눈길도 외면한 곳이라 한편에는 컨테이너 박스도 쌓아놓았다. 사무실 외벽과 박스 사이에 일정한 공간이 생기고 주변에는 풀이 높이를 자랑한다. 아뿔싸! 누군가 볼일 보기에 완벽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창고를 개조해 급하게 사무실을 꾸민 탓에 화장실을 만들지 못했다. 작은 것은 대충 자연으로 돌려주고, 큰 놈은 이웃 사무실을 이용하는데 한참을 걸어야 한다.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출근 전 속 비우기는 필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알리 없는 방문객에겐 난감한 문제가 된다. 가끔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근 주민 아줌마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밖에서 누군가 알짱거린다. 볼일 있으면 들어오겠지 하고 무시한다.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같은 모양새다. 동시에 동쪽 창으로 인기척이 들린다. 이쯤 되면 확인이 필요하다. 이 양반들이 뭐 하는 거지? 하고 고개를 내미는 순간 둥그런 달덩이 같은 게 눈에 들어온다. 당황스럽지만 상대를 고려해 못 본 척 자리로 돌아온다. 퇴근 전 박스도 치워버리고 최대한 개방도를 높였다.
"배 이사님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들 화장실을 해결해 주셔야겠습니다."
"예? 뭔 일 있어요?"
죄 없는 옆 사무실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하자 하는 말이 가관이다.
"아이고 작가님은 복도 많으셔. 남의 마누라 엉덩이도 공짜로 구경하시고 축하합니다."
어찌 문제를 해결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공터를 어슬렁거리는 여인네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서로 다행이다. 그런데 가끔 마주치는 그분들이 자꾸만 눈길을 피한다. 먼저 인사를 해도 데면데면하다. 아무래도 그때 눈치를 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