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야 다를 수 있지만 나이 들어가며 누구나 한 번쯤 듣게 될지도 모를 말이다. 나이 듦에 대한 뼈아픈 조롱이자 야유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실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한 삶이거늘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가슴을 후비며 날아든 저 화살은 '더 이상 늙은이로 머물지 말고 나잇값을 하라'는 충고이리라.
오래전 아들놈에게서 이 말을 들었다. 어엿한 성인이 된 녀석에게 대놓고 훈수하기가 어려운 탓에 페북 친구를 요청했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날아온 화살이었다. 갑작스러운 아비의 행동을 자기들만의 광장에 들어와 잔소리 해대려는 늙은이 수작으로 판단하고 반대의사를 격하게 표현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예상치 않게 날아든 화살이 아프고 서럽지만, 어쩌다 자식에게 꼰대 짓 해대는 늙은이로 비쳤을까 반성하게 만든 말이었다.
꼰대라는 말은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로 부정적 이미지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의 늙은이는 나이가 많아 중년이 지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는 단지 생물학적인 구분에 불과하다. 나잇값을 하지 못했을 때는 누구라도 언제라도 꼰대로 불릴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라면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나잇값을 하라는 얘기는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하라는 소리지만, 필자는 언젠가 본 영화 대사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나이가 들면 중요한 게 뭔지 알게 돼. 부질없는 것에 얽매이지 않게 되지.”
나이 듦에 대한 젊은이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영화 속 대사의 의미는 다소 다르지만, 늙은이의 나잇값에 대한 해답이 이 말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아집과 집착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삶에 집중하란 소리다. 가치 있는 삶은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삶, 상대를 존중하는 삶, 공동체를 우선하는 삶이면 족하다. 이리 산다면 적어도 꼴통, 꼬장꼬장한 고집쟁이 늙은이 즉, 꼰대 취급은 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