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낯선 길을 홀로 떠나게 되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마련이다. 도시 탈출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상황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동료들과 함께하고픈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경계해야만 한다.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옳은 말이다. 당연해 보이는 듯한 이 말을 귀농 과정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각자에게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혼자 움직인다 하더라도 가족과 무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생 2막을 함께하려는 동료 각자에겐 집단보다 우선해야 할 대상이 존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를 간과한 채 의욕만 앞세워 일을 진행한다면 중도에 탈락하는 자 원천무효를 선언하는 자가 생길 때마다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귀농 귀촌 과정에서 대다수가 관련한 교육을 받게 된다. 물론 독단적으로 감행할 수도 있지만 흔치 않다. 특히 귀농 희망자는 모두 사전에 교육울 받는다. 저마다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귀농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졌다 보니 유난스러운 동료의식을 가지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일이다.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생긴다. 교육 후반부쯤 되면 이들은 동일한 이상을 가진 집단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만남이 반복되며 계획은 점점 구체화되지만, 이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집단은 여러 형태일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고민거리는 대게 유사하다. '돈'과 '다름'이다. 어딜 가나 이놈의 돈이 문제다. 어떤 사업이건 자본 투입은 필수다. 동일한 부담이 원칙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각자 주머니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부가 서로 딴 주머니 차고 살지 않는 이상 가족의 동의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상상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돈은 인간에게 희망을 선물하지만 절망을 안기기도 한다.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가진 듯하지만, 일이 구체화되면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가족이 관여된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각자 샘 법이 다를 수도 있다는 소리다. 어찌 이를 탓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공동 이익보다 개인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본능이다. 가족이 연관된다면 더욱 그렇다. 급조된 단체는 조그마한 시련에도 쉽게 흔들린다. 혼자 일을 꾸미는 것이 두렵더라도, 만남은 귀히 여기고 정보는 공유하되 함께하는 것은 신중하면 어떨까? 이상과 현실이 매우 가까울 수도 있지만 무량대수만큼이나 멀리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