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 도로는 고행이요 희망이지만, 도시를 탈출해 시골에 둥지를 틀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알파요 오메가다.
'길'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앤서니 퀸이 주연한 영화 길(la strada)이 생각난다. 그밖에도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농로, 한적한 시골길도 연상이 된다. 이렇듯 길은 인간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인간에게 길은 희망이요, 고통이요, 선택지이자 순례의 길이고 누군가에겐 삶 전체다. 저승 가는 길만 아니라면 가지 못할 길은 없어 보인다.
농부에게 길은 농토로 향하는 고단한 희망의 길이요, 하루 수고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안식의 길이다. 도로는 원주민에게도 여러 의미로 다가오지만 삶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변수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귀농 귀촌인들에게 도로는 그리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다. 집터로 향하는 길에 도로가 있어야 온전한 삶터를 꾸릴 수 있고, 논밭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도로가 있어야 기계농이 가능하다.
먼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도로의 요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첫째, 로로 폭이 4m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해야 한다. 셋째, 지목이 도로이고 국가 소유여야 한다. 넷째, 도로가 토지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도와 현황상 도로가 모두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건축이 가능하지만, 도시인들은 경관에 심취되어 도로 여건을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러 계약을 해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이후는 자칫 악몽을 꾸는 것과 같은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흔히들 집을 한 번 지어본 사람은 다시는 집을 짓지 않겠다고 말한다. 건축 행위 자체도 그럴진대 도로 요건마저 미비하다면 말해 무엇하랴. 현황 도로가 있어도 지적도상 도로와 다른 경우도 허다하고 심지어 지적도상 도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원주민에게는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이주민들에게는 정착 여부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사전에 꼼꼼히 챙겨야만 한다.
애초에 외지인에게 좋은 농토가 돌아올 확률은 아주 낮다. 문전옥답을 외지인에게 내줄리가 만무하다. 집 가까이 있는 기름진 땅을 내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외지인에게 돌아올 농토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접근성이 떨어지는 땅뿐이다. 설령 농로가 있더라도 곡예운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양보해도 적어도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는 있어야 한다.
도시를 탈출해 시골에 정착하는 경우 가장 먼저 구입하려는 토지와 연결된 도로를 세심하게 살펴야만 한다. 이주민에게 길은 알파요 오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