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글을 마무리하기 전 반드시 숙성기간을 거치는 습관이 있다. 1차 글쓰기가 끝나면 일정 기간 묵혀두고 글을 숙성시킨다. 대부분 글쓰기가 밤에 이루어지니 초고 그대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글을 다듬는다.
어릴 적 감정에 충실해 써 내려간 글들이 다음날 읽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던 경험이 필자에게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성인이 된 이후 글쓰기도 비슷하다. 숙성기간을 거치면 오류가 눈에 들고 고치고 덜어내는 작업을 통해 그나마 이 정도 글이 탄생한다.
인간 만남도 비슷하다. 이주민과 원주민은 서로를 외계인이라 생각할 정도로 이질감이 큰 존재들이다. 마치 생각대로 써 내려간 거친 글과 마찬가지로 숙성되지 않은 관계는 세련되지 못하다. 서로에게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아울러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해져 비로소 관계가 무르익는다.
이 원리는 이주민 간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했던 도시인들끼리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건 바람이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도시에서 옆집과도 담을 쌓고 도시 속 섬사람처럼 살지 않았던가. 서로에 대해 생소하기는 원주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아서는 곤란하다. 도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진 동질감에 더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래 저래 인간들 만남은 시간이 숙성되어야만 완성된다.